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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악마에게 틈을 주지 마십시오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아~~!”


누수탐지를 위해 오신 아저씨의 비명입니다. 사택이 지어진지 오래되어 종종 누수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번에도 누수가 되어 누수탐지업체에 연락하여 전문가를 불렀습니다. 그분이 집안의 모든 수도밸브를 잠그기 위해 보일러실 쪽으로 가는 것까지는 보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비명을 지른 것입니다. 보일러실 쪽에서 뛰어나오는 그분은 손으로 자신의 목덜미를 만지고 있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분은 “벌~ 벌~”이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보일러 실 쪽에 벌집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저씨는 위협을 느낀 벌에게 ‘일침’을 받게 된 것이지요. 동작 빠른 아내가 벌레물린 데에 바르는 약을 가져와서 아저씨의 목을 문질러 드렸습니다.

 

사무실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아~~!”라고 외치는 여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남의 집에서 나는 소리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내 휴대폰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전기 검침원인데요. 계량기 함 안에 벌집이 있어요~!” 전화를 받고 계량기 함이 있는 곳으로 가 보았습니다.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함을 열었습니다. 과연 그 안에 벌들이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 계량기 함 앞쪽의 아주 작은 공기구멍을 통해 녀석들이 드나들며 집을 짓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나는 왼손으로는 우산을 펴 들고, 오른손으로는 긴 막대기를 이용하여 벌집을 떼어냈습니다.

 

녀석들이 떼로 달려들었습니다. 나 역시 빗자루를 휘두르며 용감하게 대항했습니다. 벌들은 그 다음날에도 계량기 함 주변을 맴돌며 다시 집을 지으려 했습니다. 마당에 있는 수도 호스를 이용하여 물대포를 쏘고, 최루가스(실은 모기를 쫓아내는 스프레이)를 분사하며 녀석들을 강제 해산시켰습니다.

 

그러기를 이틀 정도하니 더 이상 녀석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집안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언제 녀석들이 또 침입해 들어올지 모릅니다. 그러니 틈을 주지 말고 경계근무를 잘 서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집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마음도 잘 지켜야 합니다. 악마가 우는 사자같이 삼킬 자를 찾아 두루 다니기 때문입니다(벧전 5:8). 그래서 바울은 에베소교회 성도들에게 “악마에게 틈을 주지 마십시오”(엡 4:27)라고 당부했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틈’은 그리스어로 ‘토포스(τόπος)’입니다. ‘장소’나 ‘공간’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벌들이 계량기 함의 구멍을 통해 들어와서 그 안의 ‘공간’(토포스)에 집을 짓듯이, 악마도 우리 안에 있는 ‘공간’에 자신의 집을 지으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정신 차리고 깨어 있어야”(벧전 5:8) 하며, “한 손으로는 일을 하며, 한 손에는 병기를 잡아야”(느 4:17) 합니다. 그만큼 마음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에 있어야 할 대상은 악마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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