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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인간이 만들어낸 새로운 신(神)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연일 내리는 폭우(暴雨)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새삼 물의 엄청난 위력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게 됩니다. 얼마나 물의 힘이 강하고 무서우면 물 마귀라는 뜻의 수마(水魔)라고 부를까요.

 

고대로부터 사람들은 물에 신적인 권위를 부여하여 두려워하기도 하고 숭배하기도 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7월 중순에 홍수 맞이 축제를 벌였습니다. 이때 이집트인들은 홍수의 신 ‘하피(Hapy)’에게 제물을 바쳤습니다.

 

천연 제방 덕분에 홍수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던 이집트 사람들에게 홍수로 인해 범람하는 지역의 땅은 오히려 물이 빠진 후에 더욱 수월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물 빠진 기름진 땅에 그저 씨를 뿌리기만 해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대 이집트인에게 홍수는 통제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순응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메소포타미아지역은 달랐습니다. 메소포타미아 역시 강의 혜택을 받는 곳이었지만 이집트와는 달리 천연제방이 없기에 매년 반복되는 홍수는 애써 만들어놓은 수로와 농지를 파괴시켜버렸습니다. 그러니 메소포타미아인에게 물, 즉 홍수는 두려움의 존재요 통제되어져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에 알려진 초기의 신은 바닷물의 신 ‘티아맛(Tiamat)’입니다. 하지만 티아맛은 혼돈의 신이기에 결코 숭배해야 할 신은 아니었습니다. 훗날 티아맛은 ‘마르둑(Marduk)’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그래서 마르둑은 바벨론에서 가장 추앙받는 신이 된 것입니다.

 

즉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신은 자신들의 삶에 도움을 주는 신입니다. 이처럼 그들의 신관은 매우 현실적이었습니다.

 

가나안 땅은 또 다릅니다. 이곳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처럼 큰 강이 없습니다. 요르단 강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 크지도 않을뿐더러 해저 200m에서 400m까지 낮게 흐르는 강입니다. 오늘날처럼 펌프가 있던 시절도 아니기에 너무 낮게 흐르는 물을 농사에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는 오로지 하늘에서 내려주는 빗물에 의존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가나안 사람들은 폭풍우의 신 바알을 숭배했습니다. 바알이 비를 내려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나안에 들어가서 가장 많은 유혹을 받은 대상이 바로 바알입니다. 정착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이 지역에서 농사에 필요한 물은 빗물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빗물이나 강물 자체에 신적인 권위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그저 피조물일 뿐입니다. 따라서 물이나 물과 관련된 존재가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이것이 갈멜산 사건으로 표현되는 여호와 신앙과 바알 신앙과의 갈등입니다.

 

가나안에서 농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빗물은 바알이 주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이 주는 것임을 증명하는 사건입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살아가야함을 잊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로 인도하지 않고 가나안으로 인도하신 까닭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오늘날, 최첨단 기상관측과 최고의 과학문명으로도 예측할 수 없고 막아낼 수 없는 수마(水魔)는 어떤 신일까요? 지금의 수마는 매년 예측할 수 있었던 장마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어쩌면 메소포타미아의 혼돈의 신인 티아맛이 다시 살아나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수마가 인간의 욕심과 무분별한 자연파괴로 인해 생긴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이 새로운 신은 인간의 욕심과 무분별을 멈추지 않는 한 더 강해질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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