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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양파 앞에서 고민하다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서양에서 들어온 파라하여 양파(洋파)입니다. 긴 장마를 지나면서 양파가 썩었습니다. 제대로 건조시키지 못한 채 보관한 탓입니다. 그래서 화단에 묻었습니다.

 

얼마 후 신기하게도 그곳에서 싹이 돋았습니다. 버림받은 양파들이 살아보겠다며 흙을 헤치고 생명을 밀어 올린 것입니다. 

 

양파(히브리어 ‘베첼’)는 성경에 한 번 등장합니다.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행진하던 중 이집트에서 먹던 채소를 몹시 그리워하면서입니다(민 11:5). 그만큼 양파가 당시에도 대중적이었음을 말해줍니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에 의하면, 피라미드를 건설할 때에 동원된 노동자들에게 양파를 먹였다고 합니다. 양파에 피로회복과 스테미너 강화에 좋은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에서는 올림픽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양파즙을 먹였고, 로마의 검투사들에게도 양파를 먹게 했습니다. 

 

종종 양파는 부정적인 의미와 관련하여 사용될 때가 있습니다. “까도 까도 나온다”라는 표현이 그런 예입니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거나 비리 등 좋지 못한 것들이 계속해서 밝혀질 때에 하는 말입니다.

 

그러니 누군가로부터 “양파 같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면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양파만큼 겉과 속이 똑같은 것도 드뭅니다. 맨 겉의 껍질만 누렇지 그 다음의 껍질들은 모두 하얗습니다(물론 황색, 자색 양파도 있음). 즉 양파는 겉과 속이 같은 비늘줄기(bulb)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양파 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기분 좋은 일이겠지요. 표리부동(表裏不同)이 아니라 표리여일(表裏如一)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살아보겠다고, 아니 “나 아직 살아있다!”며 흙더미 위로 머리를 치켜 든 저것들이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너, 죽지 않고 살아 있었구나!”라며 박수라도 쳐 주어야 할지, 아니면 몸서리치며 흙을 헤집고 나온 녀석들 앞에 눈물 한 방울이라도 흘려주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녀석들이 더 자라면 싹이라도 잘라서 먹어 주어야 할지, 아니면 날마다 커가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말동무라도 해 주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두고 봐야 할 듯합니다. 어떻게 할지는 차차 생각해 보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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