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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칼럼] 먹어야 삽니다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지난 설 명절 연휴를 본의 아니게 병원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내가 아파서가 아니라 어머니 때문입니다. 투석을 받다가 중단하고 긴급으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게 되었습니다. 20년 넘게 투석을 하시는 어머니에게 가끔 벌어지는 일입니다. 

 

응급실에 있다가 밤늦은 시간이 되어 4인용 일반병실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옆에 있는 환자는 86세 할머니셨습니다. 거동을 못하시고 음식도 엘튜브(일명 콧줄)를 통해 섭취하는 분이십니다. 하지만 엘튜브 때문에 몹시 괴로우신 모양입니다. 때로는 욕을 하면서 엘튜브를 빼버리십니다.

 

그러면 의사가 와서 다시 엘튜브를 삽입해야 합니다. 그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손을 내저으며 엘튜브 삽입을 거부하는 할머니에게 젊은 의사가 한 말이 재미있습니다.

 

“이것을 넣어야 밥을 먹지요. 위로 음식물이 바로 들어가서 밥이 맛있어요” 튜브를 통해 들어가는 음식이, 그것도 입이 아닌 위로 직행하는 음식이 도대체 얼마나 맛이 있을까요. 두 사람의 실랑이와 팽팽한 대화를 보고 듣다가 그만 웃을 뻔 했습니다.

 

또 한 분의 환자도 어머니와 연세가 비슷한 할머니셨습니다. 그분은 음식을 거부하는 분이셨습니다. 도무지 먹지를 않으시려고 합니다. 간호사가 호소하고, 간병인이 음식을 떠 드려도 밥을 먹지 않으려 합니다.

 

할머니가 말씀하십니다. “밥은 왜 먹는지 모르겠어?” 그러자 간병인이 대답합니다. “왜 먹긴요. 키 크려고 먹지요” 팔십을 넘긴 할머니도 밥을 먹으면 키가 큰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대학교 병원 병동 1관 625호실에서 한 주간을 보내며 얻은 교훈은 ‘먹어야 산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먹지 않으면 죽습니다. 부자도 가난한 자도, 어른도 갓난아이도, 맹수인 사자도 초식동물인 사슴도 먹어야 삽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자신을 “생명의 빵”(요 6:48)이라고 소개합니다. 예수님은 빵을 주식(主食)으로 하는 중동사람이셨으니,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생명의 밥”입니다. 예수님은 그 밥을 먹어야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밥을 먹지 않으면 속에 생명이 없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밥을 거부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지금도 사람들은 “밥을 왜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밥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며 고개를 흔들거나 손을 내젓습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수도 없습니다. 그들이 내던진 숟가락을 들어 다시 밥을 떠서 내밀어야 합니다. 정작 아쉬운 건 그들이지만 도리어 그들에게 사정을 하며 먹으라고 호소해야 합니다.

 

그들은 알지 못하지만 우리는 알기 때문입니다. 밥을 먹어야 산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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