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통합뉴스 박덕선 기자 | 고교, 프로, 해외팀까지 지도하며 여러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창원 감독이지만 대구예술대를 이끌고 들어올린 이번 우승은 더욱 뜻깊었다.
27일 태백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58회 추계대학축구연맹전 백두대간기 결승전에서 대구예술대가 울산대를 1-0으로 꺾고 우승했다. 이창원 감독은 대구예술대에 부임한 지 1년 만에 팀의 창단 첫 전국대회 우승 신화를 썼다.
이창원 감독은 이미 다양한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여러 차례 우승을 경험한 지도자다. 특히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포항제철고 감독을 맡으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대통령금배, 전국체전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당시 주축 멤버였던 황희찬, 이진현, 문창진 등 국가대표로까지 성장한 선수들이 이창원 감독의 제자이다. 이 감독은 “오늘 아침에도 제자들에게 전화가 왔다. ‘감독님 당연히 우승하셔야죠’ 라고 하는데 ‘내가 너희들 때문에라도 감독 생활을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황희찬 등 국가대표 스타로 성장한 제자들을 보며 나도 안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프로 산하의 엘리트 팀중에서도 최고에 속하는 포항제철고와 대구예술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른 팀이다. 이창원 감독은 “내가 그동안 맡았던 팀들은 전부 어떻게 보면 메이저에 속하는 팀이었다. 선수층이 갖춰져 있었고, 우승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리 팀은 보다시피 코칭스태프도 두 명밖에 없고, 선수층도 얇다. 작년에 감독으로 부임해 짧은 기간 내 이런 성적을 내서 나도 놀랍고,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 감독은 “사실 경기 전 선수들에게도 지금까지 온 것만 해도 박수칠 일이니, 오늘 경기 마음 편하게 하자고 했다. 큰 부담을 갖지 말고 우리의 경기력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지금 팀에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선수들보다 아픔이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오늘 경기 교체 투입된 안여훈처럼 K3(부산교통공사)에 진출했다가 다시 대학에 입학한 케이스도 있다. 이들과 지도자와 선수 관계로 다가가기보다 진심 어린 소통을 하고자 했다. 축구 이전에 인간미를 중요시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구예술대의 우승이 인간적인 리더십만의 성과는 아니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상황 변화에 따른 이창원 감독의 전술적인 역량 역시 확실히 드러났다. 전반에는 강한 압박으로 울산대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후반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자 탄탄한 수비 위주의 운영으로 전환해 무실점을 지켰다. 이에 대해 이창원 감독은 “사실 우리 팀의 체력적인 부분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떨어졌다. 이에 후반부터 빠르게 수비적인 전술로 바꿔 경기를 운영했다. 경기를 진행하며 위기도 많았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 팀에 운이 따라줬던 것 같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후반 막판 장신 공격수 이현세를 투입한 것 역시 승부를 가른 결정적인 선택이었다. 이현세는 직접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않았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 감독은 “원래는 컨디션 때문에 (이)현세를 투입할 계획이 없었는데, 혹시 세트피스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장신 공격수의 존재가 상대 수비진을 분산시킬 수 있겠다 싶었다”며 “결과적으로 후반 추가시간 프리킥 장면에서 김성진의 헤더 득점이 터지며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는데, 전략의 성공이 승리로 이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창원 감독은 “오늘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팀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팀 내 득점 1위인 전성진을 포함해 선발 라인업 대부분이 1학년 선수들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가 좋은 팀임을 증명했으니 내년에 좋은 신입생들이 들어와 팀을 꾸린다면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다. 남아 있는 하반기 U리그 일정 및 전국체전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