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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다문화 수렁에서 토종을 구하자!

- '통합'이 아닌 '역소외'의 수렁에 빠진 형국
- '다문화 학생 밀집도 관리' 쿼터제 도입 필요
- '토종'과 '다문화'가 공존하는 진정한 통합돼야

 

전국통합뉴스 이인복 기자 | 10년 전, 충청남도교육청의 다문화국제교육팀장으로서 금산의 어느 작은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전교생 36명 중 32명이 다문화 학생이라는 통계를 듣고 적잖이 놀랐다.

 

하지만 당시 그 학교의 풍경은 사뭇 평화로웠다. 학생들의 국적 배경이 베트남, 필리핀, 중국, 일본 등 매우 다양했기에 특정 국가 출신이 주도권을 쥐는 일은 없었다. 서로 다른 문화가 섞여 '다양성'이라는 완충 지대를 형성했고, 덕분에 특정 집단에 의해 누군가 소외되거나 피해를 보는 일 없이 조화로운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충남 교육 현장의 공기는 차갑게 변하고 있다. 최근 일부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특정 국가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집중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소위 '토종'이라 불리는, 한국인 부모 밑에서 자란 한국인 학생들이 오히려 학교 내에서 소수자로 전락해 무언의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급기야 정든 학교를 떠나 인근 도시나 다른 학교로 전학을 선택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교육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은 아연실색하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주객전도된 교실, 소수가 된 한국인 아이들을 배려해야 한다. 특정 국가 배경의 학생들이 학급의 70~80%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교실 내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넘어간다. 쉬는 시간 복도에는 한국어보다 외국어가 더 크게 들리고, 한국인 학생들은 대화에 끼지 못해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습권의 침해다. 한국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다수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수업 진도가 늦춰지다 보니, 한국인 학생들은 역설적으로 공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소외감을 넘어선다. 다수 집단의 위세에 눌려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펴지 못하고, '우리 학교인데 왜 내가 눈치를 봐야 하는가'라는 정체성 혼란과 상실감을 경험한다. 이는 명백한 '역차별'이자, 다문화 정책이 본래 의도했던 '통합'이 아닌 '역소외'의 수렁에 빠진 형국이다.

 

다문화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이제는 무조건적인 포용과 시혜적 관점의 다문화 정책에서 벗어나, 교육의 질과 형평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다문화 학생 밀집도 관리'를 위한 쿼터제 검토가 필요하다. 특정 학교에 특정 국적 학생이 몰리지 않도록 인근 학구와의 조정이나 광역 배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균형 잡힌 인적 구성이야말로 진정한 다양성을 유지하는 핵심이다.

 

둘째, 한국어 교육과 일반 교과 수업의 철저한 분리 운영이다. 한국어가 미숙한 학생들을 일반 학급에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모두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집중적인 한국어 교육 과정을 거쳐 일정 수준 이상이 되었을 때 본 학급에 합류시키는 '디딤돌 학급'이라할 ‘다문화 학급’을 전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셋째, 한국인 학생들을 위한 역차별 방지 및 심리 지원 대책이다. 소수가 된 한국인 학생들이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세심한 상담 체계를 가동하고, 이들이 학교의 중심 구성원으로서 소외되지 않도록 '다수자 대상 소수자 보호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넷째, 특정 국적 학생들과 의사소통이 될 수 있는 교·강사나 통역사를 배치해야 한다. 특정 국적 학생들은 교사들이나 다른 학생들이 자신들의 언어를 알아 듣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교사의 지시나 다른 학생들의 어필에 대하여 자신들의 언어로 비아냥대거나 심지어 욕설을 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의 아이들을 위한 다문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다문화 교육의 목적은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데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특정 집단의 비대화로 인해 토종 한국인 학생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방치한다면, 이는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폐쇄적인 집단화는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고 갈등의 불씨만 키울 뿐이다.

 

교육 당국은 이제 '다문화 수렁'에 빠진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인 학생이든 다문화 학생이든, 누구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소외되거나 학습권의 박탈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교육 현장의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10년 뒤 우리가 마주할 교실의 모습은 회복 불가능한 갈등의 장이 될지도 모른다. '토종'과 '다문화'가 건강한 긴장감 속에 공존하는 진정한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다.

 

*조영종(충청남도교육삼락회 상임부회장. 교육환경운동가. 전 한국국•공립고등학교장회장. 전 한국교총수석부회장. 전 천안오성고 교장. 전 천안부성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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