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통합뉴스 = 박기성 칼럼리스트 | 몇 주 전에 어느 교회의 부흥회에 참석했었습니다. 그 시간에 강사님이 전하신 성경의 본문은 룻기 2장이었습니다. 모압에서 온 룻이 시어머니를 공양하기 위해 보아스의 밭에서 보리 이삭을 줍는 장면입니다. 보아스는 룻으로 하여금 자신의 밭에서 보리 이삭을 줍도록 허락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추수를 하는 이들에게 명령하여 일부러 곡식 다발에서 이삭을 조금씩 뽑아 버리게 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레위기에 기록된 ‘페아법’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장차 약속의 땅에 거할 이스라엘 자손에게 다음과 같이 명령하셨습니다. “너희 땅의 곡물을 벨 때에 밭 모퉁이까지 다 베지 말며 떨어진 것을 줍지 말고 그것을 가난한 자와 거류민을 위하여 남겨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레 23:22) ‘페아(pear)’는 ‘모퉁이, 구석’을 의미하는 히브리어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밭 모퉁이에 있는 곡식을 남겨두거나, 떨어진 이삭을 줍지 않고 내버려 두게 한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의 자존심을 가급적 훼손하지 않으면서 돕게 한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보아스가 추수하는 소년들에게 이삭을 ‘조금씩’ 뽑아 룻으로 하여금 눈치 채지 않도록 버리게 한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지난 설 명절 연휴를 본의 아니게 병원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내가 아파서가 아니라 어머니 때문입니다. 투석을 받다가 중단하고 긴급으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게 되었습니다. 20년 넘게 투석을 하시는 어머니에게 가끔 벌어지는 일입니다. 응급실에 있다가 밤늦은 시간이 되어 4인용 일반병실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옆에 있는 환자는 86세 할머니셨습니다. 거동을 못하시고 음식도 엘튜브(일명 콧줄)를 통해 섭취하는 분이십니다. 하지만 엘튜브 때문에 몹시 괴로우신 모양입니다. 때로는 욕을 하면서 엘튜브를 빼버리십니다. 그러면 의사가 와서 다시 엘튜브를 삽입해야 합니다. 그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손을 내저으며 엘튜브 삽입을 거부하는 할머니에게 젊은 의사가 한 말이 재미있습니다. “이것을 넣어야 밥을 먹지요. 위로 음식물이 바로 들어가서 밥이 맛있어요” 튜브를 통해 들어가는 음식이, 그것도 입이 아닌 위로 직행하는 음식이 도대체 얼마나 맛이 있을까요. 두 사람의 실랑이와 팽팽한 대화를 보고 듣다가 그만 웃을 뻔 했습니다. 또 한 분의 환자도 어머니와 연세가 비슷한 할머니셨습니다. 그분은 음식을 거부하는 분이셨습니다. 도무지 먹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며칠 전에 <알쓸인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했습니다. 두 명의 MC와 네 명의 전문가 패널의 대화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입니다. 네 명의 패널 중에 법의학자(부검의) 이호 교수가 있습니다. 이호 교수를 통해서 법의학자가 되는 과정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호 교수가 자신을 법의학의 ‘청년’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법의학이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법의학의 길을 걸으면서 외롭다거나 후회한 적은 없었습니까?”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법의학의 청년’이라고 생각해요. 어디서 법의학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아직도 심장이 뛰어요. 가슴이 설레요.” 법의학의 길이 비록 힘들고 대접받지 못하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그 일은 그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기에 여전히 자신은 ‘청년’이라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명상가 다릴 앙카의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목사 안수를 받고 몇 년 되지 않은 해였던 것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이 목사님에게는 네 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출산율 저하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이기에 이 목사님은 애국자입니다. 아이들 넷 중 첫째는 아들이고, 나머지 셋은 딸입니다. 위로 셋은 초등학생이고, 막내는 지난해부터 어린이집에 다닙니다. 그 목사님을 안지 2년이 조금 지났느니 그 댁 아이들을 본 것도 그 정도 되었습니다. 위로 셋은 부모의 손길이 크게 필요 없을 정도로 스스로 자기들의 일을 잘 해 냅니다. 그리고 막내는 둘째와 셋째가 마치 엄마처럼 돌봅니다. 막내도 언니들을 엄마처럼 품에 안기고 따릅니다. 이들의 우애를 아이들의 엄마인 사모님도 인정합니다. 하루는 사모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얘들이 엄마에요” 이 목사님의 아이들을 보면서 고인이 된 하용조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하용조 목사님은 <나의 사랑하는 여러분에게>에서 “오래된 성도는 엄마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듯 교회에 찾아오는 연약한 사람들을 세워주고 기도해 주는 영적인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오래된 성도’는 ‘먼저 믿은 성도’를 의미합니다. 언니들이 막내를 엄마처럼 돌보고 사랑해 주듯이, 먼저 믿은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이석주 장로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목사님, 뭐하고 계세요? 시간 되시면 거기로 오세요.” 여기서 ‘거기’는 교회 근처 카페를 말합니다. 이곳은 우리교회에서 가까울 뿐만 아니라 주일 공동식사 후 교인들과 종종 가는 카페입니다. 그러니 그냥 “커피 마시러 거기로 오세요”하면 굳이 카페의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교인들은 자연스럽게 그 카페로 모입니다. 마침 볶은 커피원두가 떨어져 커피를 마시지 못하고 있던 터였는데 장로님의 전화가 무척 반가웠습니다. 커피광이자 여행가였던 스튜어트 리 앨런(Stewart Lee Allen)은 그의 책 <커피 견문록(원제: The Devil's Cup>에서 에덴동산의 선악과가 커피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합니다. 신학대학 시절 조직신학 수업에서 금지된 선악과를 먹음으로서 비로소 진정한 인간이 되었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비록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기는 했지만 자유의지를 사용하여 선악과를 따 먹음으로서 스스로를 각성하게 되었고 이에 ‘인간답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일까요? <커피는 원래 쓰다>에서 박우현 씨는 “태초에 커피가 있었다”면서 자신을 ‘호모 커피엔스(H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성경 사무엘상 18장을 읽었습니다. 이스라엘을 위협하던 블레셋군에게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다윗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때 여인들이 춤을 추며 개선(凱旋)하는 다윗을 향해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라고 노래합니다. 그 말에 사울은 불쾌하여 심히 노하고 다윗을 주목합니다. 사울의 마음에 시기심이 들어온 것입니다. 성경에는 이 외에도 시기와 질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가인은 아벨을 시기했고, 야곱의 열 아들들은 동생 요셉을 시기했으며, 미리암과 아론은 모세를 시기했습니다. 그런데 위의 예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시기의 대상이 모두 모르는 사람이 아닌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성자 한 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마귀들이 길을 가는 이 성자를 시험했습니다. 예쁜 여자로 나타나 유혹을 했습니다. 하지만 성자는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금덩이를 눈앞에 보여줘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협박을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실패한 마귀들이 풀이 죽어 있을 때, 드디어 대장 마귀가 나섰습니다. “저리 비켜라. 내가 하는 것을 잘 보아라” 대장 마귀가 성자의 귀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오래 전에 <염쟁이 유씨>라는 연극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염쟁이는 죽은 사람의 몸을 씻긴 뒤 옷을 입히고 염포로 싸는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이 연극에서 염쟁이 유씨가 친아들의 시신을 염하면서 내뱉는 대사들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자면, “죽는다는 것은 생명이 끝나는 거지 인연이 끝나는 게 아니야”라는 대사입니다. 그렇지요. 죽는다는 것은 죽은 당사자의 목숨이 끊어진다는 의미이지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관계까지도 끊어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무려 159명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참사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었습니다. 방송을 통해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왜 그런 곳에 가서 저런 일을 당했을까’라며 그들에 대해 조금은 곱지 않게 여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날 행사에 대해 너무나 안일하게 대처했던 관계기관의 행태와 사고 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 심지어 거짓말을 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습니다. 방송에 나와서 죽은 이들에 대한 좋지 않은 말들과 유가족에 대한 부족한 배려, 그리고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는 관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이스라엘에 왕이 없을 때에는 사사(士師)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었습니다. 사사 중에는 드보라(Deborah)라는 여자 사사가 있었습니다. 드보라가 바락(Barak)이라는 사람에게 하나님의 명령을 전했습니다. 군대 1만 명을 이끌고 다볼 산으로 가서 하솔의 장군 시스라가 이끄는 군대와 맞서 싸우라는 명령입니다. 하지만 바락은 드보라가 함께 가주지 않으면 자신도 가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는 강력한 적군에 대한 두려움을 하나님이 아닌 사람에게 의존하여 극복하려 했습니다. 결국 바락은 이 전쟁에서 승리를 하였지만 진정한 승리의 영광은 얻지 못했습니다. 적장인 시스라를 죽인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장에서 도망쳐 나온 시스라가 피곤하여 잠든 사이에 헤벨의 아내 야엘(Yael)이 장막의 말뚝으로 시스라를 죽였습니다. 그 전쟁의 영광이 바락 장군이 아닌 야엘이라는 여인에게로 돌아간 것입니다(삿 4:9). 이러한 야엘의 용기를 본받고자 오늘날 이스라엘 방위군(IDF)중 여군의 이름을 <야엘(Yael)>이라고 부릅니다. 이스라엘에서는 남녀모두 고등학교 졸업 후 군에 입대합니다. 남자는 32개월,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10월 26일 오후 6시.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어느 아연광산의 갱도가 붕괴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하 205미터에 두 명의 광부가 갇혔습니다. 한 명은 베테랑 광부인 작업반장이고, 또 한 명은 신참 광부였습니다. 작업반장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비닐을 주워 텐트를 치고, 나무를 모아 불을 지폈습니다. 그런 후 작업반장은 신참 광부 앞에 작은 물건 하나를 내밀며 말했습니다. “이것이 우리 저녁밥이다” 작업반장이 내민 것은 믹스커피였습니다. 그렇게 믹스커피 스틱 30개로 221시간을 버텼습니다. 마침내 두 광부는 구조대에 의해 무사히 구조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두 광부에게 물었습니다. “병원에서 회복되면 무엇을 하고 싶으십니까?” 그들이 대답했습니다. “쌀밥에 소주 한 잔 하고 싶습니다.” “미역국과 콜라를 마시고 싶습니다.” 무너진 갱도에서 221시간 만에 살아 돌아온 그들의 소망은 지극히 소박한 것들이었습니다. 쌀밥과 미역국이 뭐라고 그리 먹고 싶었을까요? 우리는 우리가 누리며 사용하고 있는 평범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를 잊고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숨 쉴 수 있고, 볼 수 있고, 걸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신선한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가룟 유다는 오른손에 돈자루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예수님을 판 댓가로 받은 돈이 들어있는 자루입니다. 이 그림 속 예수님의 모습과 가룟 유다의 모습에 관련된 일화는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즉 예수님의 모델이었던 19살의 젊은 청년이 7년 후에는 가룟 유다의 모델이 된 사연 말입니다. 예수님의 얼굴을 가졌던 사람이 어떻게 가룟 유다의 얼굴을 대신한 모델이 될 정도로 악한 사람이 되었을까요? <바울과 테클라 행전>이라는 외경이 있습니다. 참고로 테클라는 바울의 제자이며 최초의 여자 순교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에 의하면, 바울은 키가 작고, 대머리이며, 안짱다리이고, 눈이 움푹 들어갔으며, 매부리코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외적으로는 전혀 흠모할 만한 사람이 못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바울의 외모를 묘사한 후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온화한 인상을 주어서 때로는 사람으로, 때로는 천사로 보였다.” 외모는 볼품이 없었으나 천사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바울이 천사의 얼굴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성령 충만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지난 주일에는 예배 후 성도들과 함께 대전 근교에 있는 짜장면집에 갔었습니다. 단풍구경을 하고 싶다는 어느 성도님의 소원도 들어줄 겸 찾아간 식당입니다. 그런데 내가 중국집이 아닌 짜장면집이라고 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집에는 짬뽕도 없고 탕수육도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팔보채나 유산슬, 양장피도 없습니다. 중식당 메뉴 중 오직 짜장면만 파는 집입니다. 출입구에는 “짬뽕은 없어요”라는 문구가 간판대신 크게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집 사장님은 뭐가 그리 당당한지 이 식당을 ‘가든’이라고 말합니다. 주차장 왼쪽에 있는 대형벽면에는 “가든이라고 뻔한 음식만 팔까요?”라는 글귀가 쓰여 있습니다. ‘짜장면이 맛이 있으면 얼마나 맛이 있기에 저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맛이 사뭇 기대가 되기도 했지만 대기 순서가 69번이어서 무려 1시간 30분이나 기다려야 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우리 순서가 되어 출입문으로 향했습니다. 자동출입문에 쓰여 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문만 통과하시면 손님집입니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주문한 짜장면이 나오고,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입에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매주 목요일에 봉사를 위해 찾아가는 지역아동센터가 있습니다. 그런데 목요일에는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보건소에서 체육 강사가 방문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에는 실내 피구를 했습니다. 강사는 노란 사각형 줄 안에 있는 아이들에게 목숨을 2개씩 부여했습니다. 너무 일찍 죽으면(?) 아이들이 재미를 잃을까봐 그런 것 같았습니다. 사각줄 밖에 있는 아이들은 공을 던져 줄 안에 있는 아이들을 맞추었습니다. 이때 체육 강사가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이제 목숨이 하나 남았어!” 그러면 그 아이는 하나 남은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 조금 전보다 더 열심히 공을 피하려 몸을 움직였습니다. 이것을 지켜보던 나는 ‘참 재미있는 놀이구나. 인생도 목숨이 두 개라면 ….’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10여 년 전에‘YOLO’라는 말이 등장하여 지금은 20~30대 젊은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표현하는 단어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YOLO는 You only live once(한 번 뿐인 인생이야!)의 줄임말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살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며 최대한 즐겁게 살자는 삶의 방식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런 삶을 추구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