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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밭 모퉁이까지 다 베지 말며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전국통합뉴스 = 박기성 칼럼리스트 | 몇 주 전에 어느 교회의 부흥회에 참석했었습니다. 그 시간에 강사님이 전하신 성경의 본문은 룻기 2장이었습니다. 모압에서 온 룻이 시어머니를 공양하기 위해 보아스의 밭에서 보리 이삭을 줍는 장면입니다. 보아스는 룻으로 하여금 자신의 밭에서 보리 이삭을 줍도록 허락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추수를 하는 이들에게 명령하여 일부러 곡식 다발에서 이삭을 조금씩 뽑아 버리게 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레위기에 기록된 ‘페아법’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장차 약속의 땅에 거할 이스라엘 자손에게 다음과 같이 명령하셨습니다. 

 

“너희 땅의 곡물을 벨 때에 밭 모퉁이까지 다 베지 말며 떨어진 것을 줍지 말고 그것을 가난한 자와 거류민을 위하여 남겨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레 23:22)

 

‘페아(pear)’는 ‘모퉁이, 구석’을 의미하는 히브리어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밭 모퉁이에 있는 곡식을 남겨두거나, 떨어진 이삭을 줍지 않고 내버려 두게 한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의 자존심을 가급적 훼손하지 않으면서 돕게 한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보아스가 추수하는 소년들에게 이삭을 ‘조금씩’ 뽑아 룻으로 하여금 눈치 채지 않도록 버리게 한 까닭도 거기에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소속 연회로부터 아들의 장학금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들이 공부를 잘해서 받은 장학금이 아니라, 어려운 교회의 목회자의 자녀를 돕기 위해 주는 장학금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돈이기에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굳이 일천 명이 훨씬 넘게 모인 회의장 앞으로 일일이 호명하여 불러냈기 때문입니다. 장학금을 받는 아이들이 직접 오기도 했지만, 몇몇은 자녀들 대신에 아버지인 목사님이 대신 앞으로 나가서 하얀 봉투를 받아야 했습니다. 도움을 받아 감사한 일이지만 배려도 함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밭에서 이삭을 줍는 룻을 상상해 봅니다. 밀레가 그린 <이삭 줍는 여인들>의 모습과 비슷했을까요. <이삭 줍는 여인들>은 작은 언덕처럼 높이 쌓인 곡식단을 배경으로 이삭을 줍는 세 명의 여인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밀레는 그 그림을 통해 극심한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상을 고발하려 한 것이 아닙니다. 역설적이게도 밀레는 그 그림을 통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이삭을 남겨두시는 하나님의 자비를 묘사해 주고 있습니다.

 

이 땅의 고통 받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은 오늘도 당신의 백성들에게도 그 마음을 품고 행하라고 명령하십니다. 사랑으로, 그리고 배려심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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