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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박기성 칼럼] 죽음의 냄새, 생명의 향기

 

전국연합뉴스 박기성 기자 | 우리교회 근처의 골목길에는 큰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10월 즈음이 되면 이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들로 인해 골목길은 고약한 냄새로 채워집니다. 비록 좁은 골목길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자동차들이 통행하는데, 그 자동차들의 바퀴에 눌려 은행의 외피가 터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반복되다보니 길은 지저분해지고 고약한 은행 특유의 냄새가 골목길을 지나는 이들의 코를 자극합니다. 은행(銀杏)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것은 동물이나 벌레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인 셈입니다. 일종의 종족 보존을 위한 방어기제입니다. 

 

그런데 은행(銀杏)처럼 자신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냄새를 내뿜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자신에게 가까이 오도록 유혹하기 위해 냄새를 내뿜는 식물도 있습니다. 사과나무나 매실나무 같은 꽃들이 그렇습니다. 그 꽃들은 수분(受粉)을 하기 위해 향기를 내 뿜어 벌과 나비를 불러들입니다. 이 또한 종족보존을 위한 수단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마태복음 11장을 읽고 묵상했습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이 험악한 세상에서 교회가 생존(?)하려면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은행과 같은 방법을 선택해야할지, 아니면 장미와 같은 방법을 선택해야 할지를 말입니다.

 

감옥에 갇힌 세례자 요한이 자기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어 물었습니다.

“오실 그분이 당신이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예수님은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가서, 너희가 듣고 본 것을 요한에게 알려라.”(마 11:4)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과 행하신 일’이 예수님이 누구인지를 알게 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과 행하신 일’은 그분의 향기입니다. 사람들은 그 향기(‘듣고 본 것’)를 맡고 그분에게로 모여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예수님을 배척하거나 떠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의 향기’는 이처럼 어떤 이들에게는 ‘죽음의 냄새’요, 또 어떤 이들에게는 ‘생명의 향기’입니다(고후 2:15-16). 같은 향기인데 그것을 맡은 사람들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교회는 생존을 위해 향기를 발하는 공동체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교회(또는 성도들)에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주셔서 풍기도록 하셨습니다(고후 2:14-15). 따라서 교회는 그 자체로, 어떤 이들에게는 ‘죽음의 향기’로, 또 어떤 이들에게는 ‘생명의 향기’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교회는 어디에 있든, ‘그리스도의 향기’만 풍기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디 이 향기를 맡는 사람들에게 ‘생명의 향기’가 되기를 바라며 기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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