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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목사 냄새

 

전국연합뉴스 칼럼리스트 박기성 기자 | 100주년기념교회를 퇴임하고 경남 거창으로 낙향하여 살고 있는 이재철 목사가 작년(2020년)에 한 책을 출판했습니다. 그는 이 책을 합천 해인사에서 찻집을 운영하는 주인과의 대화로 시작했습니다. 

 

50대의 찻집 주인은 해인사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여성입니다. 그분이 어릴 적에 친구들과 백련암(白蓮庵)을 찾아가면, 성철 스님이 언제나 반가워하며 사탕을 주셨다고 합니다. 당시 외딴 마을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사탕이었습니다. 

 

그래서 소녀는 사탕이 먹고 싶으면 한 시간 길을 멀다 않고 백련암을 찾았고, 성철 스님은 그 소녀를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고 매번 사탕을 주셨습니다. 성인이 된 그 분은 결혼과 동시에 서울로 이주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해인사의 숨결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분의 마음속에서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나기만 했습니다. 결국 그분은 자식을 결혼시킨 후 남편의 양해 하에, 십 년 전부터 해인사로 내려와 찻집을 운영하고 있는 중입니다. 해인사에 오랫동안 살아온, 그분은 많은 스님들의 일화를 알고 있습니다. 

 

이재철 목사가 그분에게 물었습니다. “요즈음 스님들은 어떠세요?” 그러자 오히려 그분이 이재철 목사에게 반문했습니다. “요즘 중 냄새 나는 스님이 어디 있나요?”

 

이재철 목사는 자신의 책의 서두에서 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 책을 읽는 목사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그대와 나 자신을 포함하여, 이 시대의 목사들에게는 과연 목사 냄새가 나고 있을까?”

 

나는 밖에 나가면 내가 목사인 것을 굳이 밝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를 보면 “선생님이세요?”, 또는 “목사님이세요?”라고 묻곤 했습니다.

 

한 달 만에 이발을 하기 위해 미용실에 들렀습니다. 나를 의자에 앉힌 미용사가 상냥하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사장님 아들이 미남이세요.”  며칠 전에 내 차로 아들과 함께 외출했다가 아들이 이발을 하겠다기에 미용실 앞에 내려주었는데, 그 때 나와 아들을 본 모양입니다. 

 

예전에는 나를 본 사람들이 ‘선생님’ 아니면 ‘목사님’이 아니냐고 물었었는데, ‘사장님’이라고 호칭하니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려야 했습니다. 나는 내 머리를 미용사에게 맡기고는 눈을 감은 채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내게 더 이상 목사 냄새가 나지 않은가 보다!’

 

이재철 목사는 다시 질문합니다.
“교인들이나 세상 사람들 보기에, 흔해 빠진 이 시대의 목사들 가운데 목사 냄새가 나는 목사는 대체 몇 명이나 될까?”

 

아!  나 역시 ‘흔해 빠진 이 시대의 목사’ 중의 한 사람은 아닐까?  

 

집에 돌아와 말씀의 거울을 펼치고 나를 비추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옷깃을 들어 냄새를 맡아 보았습니다. 내게서 무슨 냄새가 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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