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연합뉴스 칼럼리스트 박기성 기자 | 우리지방 사회평신도부 총무님이 식혜를 만들어 보내셨습니다. 물론 내게만 보낸 것은 아니고, 지방 모든 목사님들께 보내셨습니다.
식혜는 고두밥에 엿기름 우려낸 물을 부어 삭힌 음식입니다. 이것을 우리 고향 익산에서는 ‘감주(甘酒)’라고도 부릅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식혜와 감주를 구분하기도 합니다. 좁은 의미의 감주는 엿기름 대신 누룩을 넣고, 이것을 더 발효시키면 알코올 형태가 됩니다. 그래서 ‘단술(甘酒)’입니다.
어떤 시인은 식혜 속에 ‘단맛’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고, ‘아린 맛’도 들어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식혜를 좋아하셨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식혜는 아버지 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아린 맛’이 큽니다. 어머니는 명절 때마다 식혜를 만들어 두 아들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셨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몸 하나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시기에 식혜를 만들지 못하십니다.
그래서 더 이상 어머니의 식혜를 맛 볼 수 없습니다. 더울 때는 냉장고에서 꺼내어, 추울 때는 살얼음과 함께 마신 식혜는 그냥 음식이 아닙니다. 고향이자 그리움입니다.
그런데 식혜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엿기름입니다. 엿기름이 밥의 전분을 당화(糖化)시켜주어 맛있는 음료로 재탄생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식혜를 만들 때는 질 좋은 엿기름을 사용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도 ‘좋은 엿기름’이 되라고 가르쳐 주십니다. 하나님은 예언자 예레미야의 입을 통해 예루살렘 주민들에게 외치셨습니다.
“예루살렘에 사는 사람들아, 예루살렘의 모든 거리를 두루 돌아다니며, 둘러보고 찾아보아라. 예루살렘의 모든 광장을 샅샅이 뒤져 보아라. 너희가 그 곳에서 바르게 일하고 진실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을 하나라도 찾는다면, 내가 이 도성을 용서하겠다.”(렘 5:1, 새번역)
하나님은 정의와 진리를 떠나 사는 예루살렘 주민들 사이에서 ‘바르게 일하고 진실하게 살려고 하는 한 사람’을 찾으신 것입니다. 비록 ‘한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마치 ‘엿기름’같은 역할을 하여 예루살렘을 변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하나님을 떠난 예루살렘 주민들 사이에서 ‘그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엿기름이 밥을 분해하여 맛있는 식혜를 만들 듯이, 하나님은 이 세상을 살맛나는 아름다운 곳으로 변화시켜 줄 엿기름 같은 ‘그 한 사람’을 찾고 계십니다. 우리교회가 ‘그런 교회’, 우리교회 성도님들이 ‘그런 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