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너무 열심히 준비하려고 하지 마. 그냥 설렁설렁해. 열심히 준비하면 못 알아듣고, 설렁설렁해야 오히려 은혜를 받는다니까”
A목사님의 말씀입니다. 설교를 열심히 준비한 날보다 바빠서 설렁설렁 준비한 날에 도리어 성도들이 ‘은혜 받았다’고 하더라며 하신 말씀입니다. 그분은 매사를 대충하지 않는 분입니다. 설교준비 또한 꽤 열심히 하는 분입니다.
그런데 성도들은 열심히 준비한 설교보다 설렁설렁 준비한 설교에 더 은혜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소연하듯 내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A목사님의 말씀이 조금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나도 그런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설교를 하려거든 차라리 설교를 하지 말어”
이 말은 B목사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설교준비를 완벽하게 하지 않고 대충 준비해서 하려거든 차라리 설교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말씀입니다. B목사님의 말씀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설교를 충분히 준비했는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지는 강단에 선 설교자의 양심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 날에는 등에 식은 땀이 흐릅니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설교자로서 두 분 목사님의 말씀 모두 공감이 되기에 때로는 헛갈릴 때도 있습니다. 과연 설렁설렁 준비해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준비되지 않은 설교를 하려거든 차라리 설교를 하지 말아야 되는 것인지….
수요일 예배 후, 아내와 함께 TV를 시청했습니다. 평소 아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대한외국인>이라는 퀴즈예능프로그램입니다. 네 명의 출연자 중에 가수 김태원 씨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밴드 부활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김태원 씨는 ‘비와 당신의 이야기’, ‘네버 엔딩 스토리’, ‘론리 나이트’ 등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켰습니다. MC인 김용만 씨가 김태원 씨의 일화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평소 작곡을 비밀스럽게 하는 편인데 동료들에게 보낸 파일을 통해서 그가 한 곡의 탄생을 위해 몇 번의 수정 작업을 거쳤는지가 드러난 것입니다. 무려 1,204번 수정을 거쳤습니다. 한 곡의 명곡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삼일교회의 송태근 목사는 어느 인터뷰에서 “설교 한 편을 준비하기 위해 일주일 내내 생각하고, 기도하고, 원고를 다듬는다. 일단 수기로 9장 분량의 원고를 쓴 후 이것을 다시 직접 5번씩 써 본다. 마지막에는 다 찢어버리고 A4 한 장에 깔끔하게 요약한다 … 요약한 원고 한 장과 성경을 들고 강단에 올라선다”고 말했습니다.
한 곡의 노래, 한 편의 설교가 나오기까지 이와 같은 해산의 수고가 있었던 것입니다.
책상 위에 성경을 펴 놓습니다. 그리고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해 봅니다. 과연 나는 해산의 수고를 하는 설교자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