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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박기성 칼럼] 새장 속의 새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이웃집 옥상에서 고양이 두 마리가 무언가를 가지고 노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나비였습니다. 어떻게 낚아챘는지는 모르겠으나 운 나쁜 나비는 두 마리 고양이 사이에서 노리개가 되어 있었습니다. 고양이의 잽싼 낚아챔에 날개가 손상되었음이 분명합니다. 

 

날갯짓을 하며 이리저리 도망쳐보지만 고양이들은 나비가 달아나도록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도망치려 용을 쓰는 나비의 몸부림에 재미를 붙인 듯 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나비를 괴롭히더니 마침내 두 고양이 중 한 마리가 나비를 삼켜 버렸습니다. 나비가 불쌍했지만 담장 너머 이웃집 옥상에서 벌어지는 일인지라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노라니 19세기의 위대한 설교자 찰스 스펄전(Charles H. Spurgeon) 목사의 ‘새장 속의 새’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스펄전 목사가 길을 걷던 중에 거리에서 새장 속의 새를 괴롭히는 한 소년을 보게 되었습니다. 괴롭힘을 당하는 새장 속의 새를 측은히 여긴 스펄전 목사는 소년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너는 그 새를 어떻게 할 셈이니?” 소년은 “조금만 더 가지고 놀다가 죽여 버릴 것예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스펄전 목사가 소년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새장을 내게 팔지 않겠니?”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2파운드만 준다면 팔죠?” 스펄전 목사는 그 자리에서 2파운드를 주고 새장을 샀습니다. 그리고는 새장의 문을 열어 새를 하늘로 날려 보냈습니다. 

 

이튿날은 부활주일이었습니다. 스펄전 목사는 빈 새장을 들고 강단에 올라 이렇게 설교했습니다. 

 

“하나님은 죄라는 악마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인간들을 어떻게 할 셈이냐?’ 그러자 악마가 말했습니다. ‘질투하고 미워하고 싸우는 걸 가르쳐 잠시 가지고 놀다가 죽여 버리죠.’ 하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사고 싶은데 값을 얼마나 주면 되겠느냐?’ 

 

악마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것들을 사서 뭐하시게요. 그들은 하나님을 배반하고 침 뱉고 십자가에 매달 것입니다. 그래도 사시겠다면 하나님의 눈물과 피를 내 놓으십시오.’” 

 

스펄전 목사는 그날의 설교를 이렇게 끝맺었습니다. 

 

“하나님은 독생자 예수를 내주는 엄청난 값을 지불하고 우리에게 자유를 주셨습니다.”

 

나는 고양이들 사이에서 나비를 구해내지 못했으나, 우리 하나님은 마귀의 새장으로부터 우리를 구해 내셨습니다. 독생자 예수라는 엄청난 값을 치르고서 말입니다.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선포하며”(사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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