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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사람의 어부

 

전국연합뉴스 칼럼리스트 박기성 기자 | 남 권사님으로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커다란 붕어 사진을 찍어 보내셨습니다. 남 권사님이 사시는 아파트 바로 앞에는 유등천이 흐릅니다. 남 권사님의 남편 되시는 윤 권사님은 시간 여유가 날 때면 이곳에서 낚시를 하십니다.

 

윤 권사님이 붕어를 낚으신 모양입니다. 붕어 사진 아래에는 “윤 권사 2마리유~”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종종 팔뚝만한 붕어를 낚았다며 자랑을 하시곤 했는데, 드디어 실물 사진을 내게 보내어 증명하신 것입니다.

 

갈릴리 해변을 거니시던 예수님은 호수에 그물을 던지는 베드로와 안드레를 보시고 그들을 부르셨습니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마 4:19)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부 출신의 베드로와 안드레가 ‘사람을 낚는 어부’로 부름을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낚는 어부’라는 번역에서 ‘낚는’의 어감(語感)이 우리를 불편하게 합니다. 왜냐하면 ‘낚다’라는 표현이 오늘날에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이스 피싱(voice fishing)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속아서 피해를 당했을 때에 “낚였다”라고 표현합니다. 차라리 존 로스가 번역한 최초의 우리말 신약전서처럼 “사람을 얻는 자(ᄉᆞᄅᆞᆷ엇ᄂᆞᆫ쟈)”가 나을 뻔 했습니다.

 

사실 ‘사람을 낚는 어부(ἁλιεῖς ἀνθρώπων)’의 원뜻은 ‘사람의 어부’입니다. 그래서 영어성경에는 이 부분이 ‘fishers of men(KJV)'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학자들이 ‘ἀνθρώπων’을 목적의 의미를 가진 소유격으로 간주하여 ‘사람을’로 번역한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헬라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에 여기에 대해 더 자세히 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을 진짜 물고기(?)로 생각하는 어부가 있다는데 있습니다. 어부가 물고기를 ‘낚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낚은 물고기를 잡아먹거나 그것을 통해 자신의 유익을 얻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어부’는 다릅니다. 자신을 위한 어부가 아니라 도리어 ‘사람을 위한 어부’입니다. 예수님은 그것을 위해 베드로와 안드레를 부르셨고, 예수님 또한 ‘사람을 위한 어부’가 되셔서 십자가를 지신 것입니다.

 

예수님께 어부로 부름 받은 자는 사람을 ‘낚아’ 자신의 유익을 얻는 자가 아닙니다. 도리어 사람을 위해, 그들의 구원을 위해 섬겨야 할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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