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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주술과 예배

 

전국연합뉴스 칼럼리스트 박기성 기자 | 치과에 가서 이(齒)를 뽑았습니다. 10년 여 년 전부터 뽑아야 한다고 그랬는데 지금까지 와 주었으니 오래 버텨 주었습니다. 

 

이를 뽑으면서 어렸을 때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 때에는 너나할 것 없이 대부분 유치(乳齒)를 뽑을 때 실에 묶어 잡아당겨 뽑았습니다. 그렇게 뽑힌 이빨은 초가지붕 위로 던져졌습니다. 그래야 튼튼한 새 이빨이 난다면서요.

 

그러한 행동의 의미를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감염주술(contagious magic)’이었습니다. 지붕에는 쥐가 많이 살았습니다. 설치류(齧齒類)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쥐는 튼튼한 이빨을 가진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빠진 이빨을 지붕 위에 던져주면 쥐가 그것을 물어가게 되고, 그러면 쥐의 이빨처럼 아이에게도 튼튼한 이빨이 나오게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렇게 한 것입니다. 

 

다래끼가 난 사람이 속눈썹을 뽑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의 돌 위에 올려놓고 다른 사람이 그 돌을 차게 함으로 다래끼가 그 사람에게로 옮겨가게 하는 믿음과 아들을 많이 낳은 부인의 속곳을 훔쳐 입음으로 자신도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생각도 감염주술의 좋은 예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감염주술’의 형태는 성경에도 등장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던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지면 자신의 병이 낫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막 5:28)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바울의 몸에 닿았던 손수건이나 앞치마를 가져다가 병자들의 몸에 얹은 행위(행 19:12)도 감염주술의 예입니다. 

 

하지만 성경은 그와 같은 기적이 ‘옷자락’이나 ‘손수건’ 그 자체의 힘에서 기인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성경 속 두 예 모두 기적(또는 능력)의 근원이 하나님에게 있다고 말합니다. 

 

혈루증을 앓던 여인의 치유는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하나님, 곧 예수님으로부터 흘러나온 능력(막 5:30)에 기인합니다. 바울의 몸에 닿았던 손수건이나 앞치마의 능력도 사실 “하나님이 주신 능력”(행 19:11)에 기인합니다. 

 

그리고 그 능력을 믿는 자에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비록 사람들이 태고로부터 심성에 ‘원형(archetypus)’으로 남아 있는 주술적 의식(儀式)을 통하여 자신들의 간절함을 표현했지만, 하나님은 그들의 ‘주술적 행위’가 아닌 그들의 ‘간절함’을 믿음으로 받아주신 겁니다.

 

우주를 관광 삼아 여행하게 된 21세기에도 감염주술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큰 예배당에서 예배함으로 은연 중 심리적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 많은 헌금과 봉사를 통해 더 많은 축복을 받고 싶은 마음들이 새로운 형태의 감염주술입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큰 예배당’이나 ‘많은 헌금’을 통해 우리에게 응답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이 보시는 것은 그가 어디에서, 어떤 행태로 예배를 하든 그 사람의 ‘중심’입니다. 하나님은 그 중심에 ‘간절함’을 담아 “영과 진리”(요 4:23)로 예배하는 사람을 찾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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