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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추석 송편

 

전국연합뉴스 칼럼리스트 박기성 기자 | 우리 고향의 송편은 반달모양입니다. 그래서 나는 송편이 반달모양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강원도 속초가 고향인 처가의 송편을 보고 다른 모양의 송편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원도의 송편은 둥근 모양에 겉면을 손가락으로 꾹 누른 ‘손도장 송편’입니다. 심지어 쌀가루가 아닌 감자녹말로 만든 ‘감자 송편’도 있습니다. 

 

추석 하루 이틀 전 우리 집 툇마루에서는 온 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었습니다. 온 가족이라야 겨우 4명이었지만 온 식구가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드는 일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것도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말입니다.

 

어릴 적에 송편을 빚었던 경험이 성인이 되어 큰 도움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내를 따라 처가에 처음 인사를 하러 갔을 때에 마침 장모님이 만두를 빚고 계셨습니다. 장모님이 빚고 계시는 만두 모양이 영락없는 우리 고향의 송편모양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음식을 만드는 일이 여자들만의 역할로 생각했던 시절이기에 선뜻 장모님 앞에 앉아 만두를 멋지게 만드는 내가 마음에 드셨던 듯 했습니다. 옷 더러워진다며 만류는 하셨지만 흐뭇해하시는 속마음을 감추지는 못하셨습니다. 

 

토요일 밤에 선배 목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떡이 많이 들어 왔는데 가져가라는 것입니다. 얼른 달려가서 떡을 받아왔습니다. 금방 만든 떡인지 아직도 따뜻했습니다. 식기 전에 교회 근처에 사는 몇 교인을 찾아가 나누어 주었습니다.

 

다음날 주일에는 김 집사님이 예쁜 상자에 떡을 담아 오셔서 가정마다 나누어 주셨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성도님들의 손에 들린 떡 봉지가 흔들릴 때마다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가을바람과 함께 행복해졌습니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이 몸을 떱니다. 카톡이 왔음을 알리는 진동입니다. 


“카페 아메리카노 T 2잔 + 청담 진저 케이크. 선물과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지금 확인해 보세요!” 


원주에 사는 선배 목사님으로부터 온 카톡입니다. 생일도 아닌데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ㅎ 사모님이랑 추석 날 커피 한잔 하셔~~ 추석 잘 보내고~~”라며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카페인에 약하여 커피를 마시지 않는 아내이지만, 이번 추석에는 별다방에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것이 떡이든, 다른 것이든 역시 명절은 나누어야 행복해지고 풍성해지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우리 고향 송편이 반달모양인 것은 앞으로 될 만월(滿月)처럼 번영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 기원처럼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이 땅의 모든 영혼들이 풍성해지기를 마음으로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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