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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예수님의 마음을 품은 사람

대전주님의교회

 

전국연합뉴스 박기성 기자 |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어릴 적에 아버지는 개 한 마리를 키우셨습니다. 그 개가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그 중의 한 마리는 다른 강아지들보다 작고 약했습니다. 그 강아지를 아버지는 ‘무녀리’라고 불렀습니다. 

 

무녀리는 본래 ‘문(門) 열이’입니다. 한 배에서 나온 여러 마리 새끼 중에서 어미의 자궁 문을 제일 처음 열고 나왔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닫혀 있는 태의 문을 열고 나오느라 모든 힘을 소진한 무녀리는 그 뒤에 나온 다른 새끼들보다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버지는 그런 무녀리에게 유독 신경을 쓰셨습니다. 어미 젖꼭지 쟁탈전에서 매번 밀려나가기만 하는 무녀리를 손으로 들어 어미 젖꼭지를 물게 도와주었고, 행여나 잘못될까봐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사람에게도 무녀리가 있습니다. 즉 ‘약하고 부족한 사람’입니다. 부모는 같은 자식이지만 그 중에 약하고 부족한 자식에게 관심을 더 쏟을 수밖에 없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지만, 사실 그 중에서도 더 아픈 손가락이 있기 마련인 것입니다. 

 

목사에게도 더 특별히 마음이 가는 교인이 있습니다. 교인이 많았던 예전 교회에서도 그랬고, 교인이 적은 지금의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둘 이상이 모인 곳에서도 어쩔 수 없이 다른 이에 비하여 약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려 19명의 자식을 낳은 존 웨슬리의 어머니 수산나(Susanna)의 말은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내 자식 중 누구를 사랑 하냐고요? 아픈 자식이 나을 때까지는 그 자식을,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올 때까지는 또 그 자식을 나는 사랑합니다.”   

 

수산나의 마음은 일찍이 예수님의 마음이었습니다. 누가복음 15장에 기록된 ‘잃은 양을 찾은 목자’, ‘잃은 드라크마를 찾은 여인’, ‘잃은 아들을 되찾은 아버지’의 비유는 그런 예수님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예수님은 바리새인 같은 율법주의자들의 수군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기꺼이 ‘세리와 죄인들’을 영접하고 이들과 음식을 같이 드셨습니다. 예수님이 자신을 비우고 낮춰 이 땅에 오신 것도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눅 19:10)입니다.  

 

이런 예수님의 마음을 품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입니다. 이런 예수님의 사명을 자신의 사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입니다. 단장(斷腸)의 아픔으로 고통 받는 이를 바라보시던 예수님의 눈을 닮은 사람이 ‘그리스도인’입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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