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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시사

[박기성 칼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는 사람

대전주님의교회

전국연합뉴스 박기성 기자 | 지방 목사님들과 함께 제주도에 부부 수양회를 다녀왔습니다. 공항에서 가장 먼저 우리 일행을 맞이한 이는 “혼저옵서. 환영합니다”라는 문구의 양 옆에 서 있는 돌하르방 한 쌍이었습니다. 

 

돌하르방은 제주 방언으로 ‘돌 할아버지’라는 뜻입니다. 제주도를 여행하는 내내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돌하르방은 이름과는 달리 할아버지보다는 젊은이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또한 오리지널 중에는 가슴이 돌출된 여성의 모습을 한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이름이 하르방이 되었을까요?

 

사실 돌하르방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전에는 우석목, 박수머리, 옹중석으로 불리었습니다. 그 중 옹중석(翁仲石)은 중국의 진시황 때에 흉노족이 두려워했던 원옹중(阮翁仲)이라는 사람의 이름입니다.

 

흉노족은 옹중을 보기만 해도, 심지어는 그가 죽은 후에 사람들이 수호신 삼아 세워 놓은 그의 상(像)을 보고도 도망을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선 영조 때에 제주에 흉년과 전염병이 창궐하자 제주 목사 김몽규가 죽은 원귀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옹중석을 만들어 세워 놓았는데, 하필 옹중(翁仲)의 ‘옹’이 ‘늙은이’를 뜻하기에 제주 방언으로 ‘하르방’이 된 것이라고 합니다. 전혀 다른 의미의 이름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름’은 어떤 대상의 정체성과도 같습니다. 즉 이름이 곧 그 자신입니다. 따라서 한 번 지어진 이름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자신과 평생을 함께 합니다. 그런데 그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부정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람이나 기업이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세계 최대의 소셜 미디어 기업인 페◌◌북이 이름을 메타(Meta)로 바꾸었습니다. 요즘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 즉 확장 가상 세계에 대한 기업의 지향점을 강조한 개명이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페◌◌북의 개명을 그리 곱게 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최근 내부 고발자가 미 상원 청문회에서 “페◌◌북이 전 세계의 증오를 부채질한다”고 폭로함으로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이미지 세탁이라는 것입니다. 

 

이름이 곧 그 자신이기는 하지만, 사람이든 기업이든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그 자신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가면’, 즉 포장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내용이 바뀌지 않은 채 바꾼 포장지는 오히려 기만이며 사기입니다. 

 

우리에게도 아름다운 이름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를 닮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거룩한 이름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 이름대로 살지 못하면 우리는 ‘이름뿐인 그리스도인’입니다. 즉 ‘겉만 그리스도인’인 것입니다.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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