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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신일(愼日)과 성찰의 설날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오랜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음력(陰曆)으로 한 해가 시작되는 첫날을 설날이라 부르며 명절로 기렸습니다. 설날은 원단(元旦), 세수(歲首), 연수(年首)라고도 불립니다. 그런데 이 이름 외에도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또 다른 이름이 있습니다.

 

그 특별한 이름은 ‘삼가는 날’이라는 뜻의 신일(愼日)입니다. 한 해가 시작되는 첫날이므로 “말이나 행동을 조심하여 경거망동을 삼가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야 1년 내내 아무 탈 없이 평안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유대교에도 비슷한 절기가 있습니다. 유대교의 신년은 ‘로쉬 하샤나(Rosh Hashana)’라고 불립니다. ‘그 해의 머리’라는 뜻입니다. 유대인들은 이 날부터 2박 3일 동안 흰옷을 입고 지나간 해에 지은 죄를 회개하며 기도하며 보냅니다.

 

또한 죄를 씻기 위한 상징적 행동으로 타슐릭(Tashlikh)을 행합니다. 타슐릭은 죄의 상징인 빵 조각을 물(바다, 강, 물 웅덩이 등)에 던지며 지나간 해의 죄를 씻어내는 의식을 말합니다. 그리고 10일 후에 있을 속죄일(Yom kippur)을 준비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개인의 회개에서 민족적 회개로 확장시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새해를 기념하는 각 민족의 의식을 보면, 새해의 시작이 마냥 기뻐하거나 들뜨는 날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말이나 행동을 삼가고, 지나간 날들을 돌아보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하는 날이었습니다. 꼭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은 자신을 성찰하는 날인 것입니다.

 

유대인들의 성찰의 근거는 흔히 율법이라고 번역하는 ‘토라(Torah)’입니다. 토라는 ‘(과녁에) 명중하다, 맞추다, 던지다’라는 뜻을 가진 ‘야라(yara)’에 기원을 둔 단어입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뜻에‘명중’하도록 바르게 인도하는 것이 곧 토라인 것입니다.

 

따라서 토라는 인간이 마땅히 걸어가야 할 바른‘길(道)’입니다. 하지만 그 길에서 벗어난 삶은 ‘죄’입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죄를 ‘(화살이 과녁에서) 빗나가다’라는 뜻의 ‘하타(hata)’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신년절에 나팔을 분 것도 그와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팔 소리는 경고의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장기간의 코로나 팬데믹과 그 어느 때보다 피로감을 주고 있는 대통령 선거일을 앞둔 시점이기에 올해 설날은 설레기보다는 시끄럽고 어수선하기만 합니다. 새로울 게 뭐가 있을까 싶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그런 인간사와 무관하게 시간은 흘러 ‘새 해, 새 날’이 되었으니, 조상님들처럼 ‘신일(愼日)’을 함으로써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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