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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혼잡하게 하지 아니하고 

대전주님의교회 답임목사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기자 | 종교개혁 500주년을 1년 앞둔 2016년 5월에 지방 목사님들과 함께 종교개혁지를 방문했었습니다. 그 때 제네바의 생 피에르 대성당도 방문했었습니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회가 된 이곳은 파렐의 요청에 의해 칼빈이 성경교사로서의 임무를 수행했었던 곳입니다. 대성당 안에는 지금도 칼빈이 앉았던 의자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칼빈은 죽기 한 달 전 즈음에 지인들 앞에서 고별의 말을 남겼습니다. 일종의 유언입니다. 그는 이 고별사에서 그간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그리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진솔하게 표현했습니다. 특히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순결하게(purely)’ 가르쳤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전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진노가 자기에게 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하나님의 말씀을 ‘순결하게’가르쳤다고 고백한 칼빈의 이 말은 프로테스탄트의 후예이며 그와 같이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인 나에게 큰 감동이자 동시에 두려움입니다.

 

바울은 고린도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혼잡하게 하지 아니하고 곧 순전함으로 하나님께 받은 것 같이 하나님 앞에서와 그리스도 안에서 말하노라”(고후 2:17)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혼잡하게 하다’라고 번역된 원문은 ‘카펠류오(καπηλεύω)’입니다. 이 단어는 ‘장사하다/소매상을 하다’, ‘(~을 섞어서) 품질을 떨어뜨리다’라는 뜻입니다. 상인들은 종종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서 품질 좋은 포도주에 물을 ‘섞어서’ 팔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포도주의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들 중에 그런 ‘장사꾼’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새번역은 “하나님의 말씀을 팔아서 먹고 살아가는 장사꾼”이라고 번역했고, 공동번역은 “하느님의 말씀을 파는 잡상인들”이라고 번역했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말씀을 전할 때에 장사꾼들처럼 불순물을 섞어서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하나님께 받은 그대로 ‘순전함’으로 말씀을 전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웨슬리도 하나님의 말씀을 혼잡하게 하는 사람들에게 대하여 엄히 경고합니다. 그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혼잡하게 하는 의도가 ‘그리스도로부터 어떤 이익을 얻는 것’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그들은 복음을 무엇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의도를 철저히 숨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순전한 사람들은 단지 그 유익이 하나님과 이웃에게 돌아가는 것을 기대하며, 그런 의도를 숨기지도 않는다고 말합니다.

 

세월이 여러 해 지났지만, 다시 시간을 돌려 제네바의 생 피에르 대성당에 놓여 있는 칼빈의 의자 앞에 서 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순결하게’ 가르쳤노라는 그의 음성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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