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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예수님을 닮은 대나무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내 고향 익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텔레비전에서 종종 보았던 대나무 숲이 하나 있습니다. 구룡마을 대나무 숲입니다. 전체 면적 5만㎡정도의 한강 이남 최대 왕대 군락지이기도 한 구룡마을 대나무 숲은 드라마 ‘추노’, ‘최종병기 활’, ‘꽃피면 달 생각하고’의 촬영지입니다. 

 

얼마 전 구룡마을 대나무 숲을 걸으면서 대나무가 예수님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첫째, 대나무는 속이 비었습니다. 대나무의 겉은 세포 분열이 빠르지만 속은 세포분열이 매우 늦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키가 1년 사이에 30여 미터로 쑥쑥 자라지만 그 속을 채울 여유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대나무는 단단합니다.

 

속이 꽉 차야 단단할 수 있다는 말이 대나무에게만큼은 예외입니다. 예수님도 자신을 비우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본체셨으나 자기를 비워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빌 2:6-7). 하지만 헤롯 가문과 로마의 권력도 그를 꺾지 못했습니다. 


둘째, 대나무는 일생에 한 번 꽃을 피웁니다. 본래 대나무는 꽃이 아닌 뿌리로 번식을 합니다. 땅 속 옆으로 뻗어나간 대나무 뿌리는 마디에서 순을 틔웁니다. 이것을 우리는 죽순이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대나무는 꽃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나무에도 꽃이 핍니다. 일생에 단 한 번 말입니다. 군락을 이루어 살아가는 대나무 숲은 영양분이 빨리 고갈됩니다. 하루에도 일 미터씩 자라는 죽순에게 영양분을 많이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더 이상 뿌리로는 번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때에 대나무는 어쩔 수 없이 뿌리가 아닌 씨앗으로 번식을 하기 위해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그렇게 꽃을 피운 대나무는 수명을 다합니다. 이렇게 꽃을 피운 후 말라 죽는 현상을 개화병(開花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대나무의 같은 뿌리에서 나온 줄기는,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해에 꽃을 피운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대나무 숲 전체가 사라져버리기도 합니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줄기의 일부를 떼어 멀리 떨어진 곳에 심으면, 그곳이 아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만큼 떨어진 먼 곳이고 기후가 다르더라도 남아 있는 줄기와 같은 날 꽃을 피웁니다(자크 브로스의 <식물의 역사와 신화>).

 

우리의 짧은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도 단 한 번 꽃을 피우셨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꽃을 피우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대신 그 꽃의 씨앗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 뿌려져서 구원의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닮은 대나무 숲속 벤치에 앉아 쏟아지는 햇살을 얼굴로 받아내며, 잠시 눈을 감고 대나무 잎끼리 몸을 부딪치며 내는 그들의 속삭임을 엿듣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힐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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