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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황지(黃池)의 물에 내 마음을 실어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모든 하나님의 말씀이 다윗의 고백처럼 “꿀보다 더”(시 19:10) 달지만, 에스겔서 47장의 말씀은 특히 나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성전 문지방에서부터 시작된 물이 아라바를 거쳐 바다(사해)로 흘러내립니다.

 

이 물이 흘러가는 모든 곳에서는 온갖 생물이 번성하며 살게 됩니다. 그리하여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강가에 늘어섭니다. 강가에는 온갖 종류의 과일 나무가 자라고, 나무들은 달마다 새로운 열매를 맺습니다. 심지어 죽은 물(사해)조차 살아납니다.

 

강원도 태백 도심 한 가운데 황지(黃池)라는 연못이 있습니다. 정선 고한에서 첫 목회를 시작한 나는 이곳 황지에 자주 놀라가곤 했었습니다. 이 연못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강인 낙동강의 발원지입니다.

 

물론 중간 중간에 여러 지류가 합해지기는 하지만, 이곳 황지에서 발원한 물은 경상북도와 경상남도를 지나 부산 을숙도가 있는 남해로 흘러 나갑니다. 1일 용출수가 무려 5천 톤이고, 그 흐름은 513.5km나 됩니다.

 

나는 이곳 황지 앞에 설 때마다 에스겔서 47장을 떠올리곤 했었습니다. 황지에서 솟은 물이 흘러 영남의 젖줄이 되는 실상이, 성전에서 발원하여 만물의 생명수가 되는 것을 쉽게 이해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성경에서 은혜와 생명의 상징인 물이 온누리에 흘러 들어가기를 소망하면서 말입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물을 최고의 선(上善若水)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신영복은 <담논>에서 노자가 물이 최고의 선이라고 말한 까닭을 세 가지로 설명했습니다.

 

첫째, 물이 만물을 이롭게 하기 때문입니다(水善利萬物). 설명할 필요 없이 물은 곧 생명입니다.

 

둘째, 물은 다투지 않기 때문입니다(不爭). 물은 선두를 다투지 않고 산이 가로막으면 돌아가고 큰 바위를 만나면 몸을 나누어 지나갑니다. 웅덩이를 만나면 다 채우고 난 다음 뒷물을 기다려 앞으로 나아갑니다.

 

셋째, 물은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처하기 때문입니다(處衆人之所惡). 여기서 싫어하는 곳이란 낮은 곳, 소외된 곳을 일컫습니다. 물은 높은 곳으로 흐르지 않고 반드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하지만 그 낮아짐은 어떠한 것도 대적할 수 없는 압도적 위력을 지닙니다. 그 위력은 가장 낮은 곳에서도 모든 시내를 다 받아들이기 때문에 생깁니다. 그래서 이름이 ‘바다’입니다. 어쩌면 그리도 물이 예수님을 닮았을까요. 

 

얼마 전에 태백의 황지 곁으로 친구가 이사를 했습니다. 일 년에 몇 차례는 꼭 만났던 친구인데 코로나로 인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 친구도 만날 겸 황지에 한 번 가 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그 샘에서 솟아나는 물에 내 마음을 얹어 그 물과 함께 흘러 바다를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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