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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행복은 단순함에 깃든다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초등학교 3학년인 혁이는 공룡을 좋아합니다. 나만 보면 내 팔을 붙잡고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끌고 갑니다. 공룡이 나오는 동영상을 틀어달라는 행동입니다. 그가 원하는 공룡 동영상을 틀어주면 더 이상 혁이에게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는 그렇게 몇 시간이든 컴퓨터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환호성을 지르고, 때로는 두 손을 번쩍 들고 흔들고, 또 때로는 펄쩍펄쩍 뛰며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혁이에게 물었습니다. “공룡이 좋아?”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합니다. “공룡이 왜 좋아?” 하지만 대답은 없습니다. 여전히 그의 눈은 모니터 속 공룡에게 향해 있고, 나에게도 공룡을 보라는 듯 자기 손가락을 연신 공룡을 가리킵니다. 

 

많은 아이들이 공룡을 좋아합니다. 지금은 서른이 가까운 우리 아들도 어렸을 때에 그랬습니다. 아이들이 왜 그토록 공룡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떤 이는 지금은 사라진 공룡에 대한 신비감 때문에 공룡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작고 약한 자신을 자신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공룡에게 투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공룡처럼 자신도 강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행위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프로이트의 아동발달단계에 ‘공룡기’를 추가하여 말하기도 합니다. 즉 구강기-항문기-공룡기-남근기로 말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공룡기는 4~6세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혁이는 10살이지만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아이입니다. 아직 4~6살 정도의 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지적수준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공룡 앞에서 그토록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그에게 공룡이 나오는 동영상만 틀어주면 다른 것은 필요 없습니다. 밥도 먹으려 하지 않고 다른 놀이도 원하지 않습니다. 오직 공룡이 나오는 동영상만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몇 시간이고 공룡 앞에 서 있습니다. 그 시간이 혁이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처럼 보입니다. 

 

“행복은 단순함에 깃든다”고 말한 노귀곤 이라는 분의 시가 생각납니다. 그는 “설렘 하나면 넘치는 행복인 걸 조건이니 되받을 사랑 가늠하는 순간 갈등이 싹 트고 불신이 터 잡고 만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요. 설렘 하나면 행복이 넘치는데 뭐 그리 이것저것 따지고 계산하며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공룡 하나에도 저토록 가슴 설레며 온 종일 행복해하는 혁이의 모습에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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