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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자주 방문하는 어느 교회의 앞마당에서 꽃대 하나를 보았습니다. 꽃대에는 붉은 빛을 띤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석산(石蒜)이라고도 불리는 꽃무릇입니다. 어떤 이는 상사화(相思花)라고도 부릅니다만, 사실 상사화와는 다른 꽃입니다. 굳이 둘의 관계를 말한다면 사촌 정도일 것입니다. 

 

상사화는 봄에 잎이 나고 7~8월에 꽃을 피웁니다. 반면에 꽃무릇은 9월 중하순 경에 꽃을 먼저 핀 다음에 꽃이 지고 꽃대가 사그라질 때에 비로소 잎이 나옵니다. 그러니 꽃과 잎은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만날 수 없는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인 게지요. 그래서 꽃말도 “슬픈 추억” 또는 “이룰 수 없는 사랑”입니다. 

 

꽃말처럼 꽃무릇은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옛날에 불도를 닦던 스님이 불공을 드리러 온 여인에게 반해 가슴앓이를 하다가 상사병으로 피를 토하며 죽었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 바로 꽃무릇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꽃무릇은 사찰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사실은 꽃무릇의 뿌리에 방부제 성분이 있어서 탱화나 단청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지요.

 

작년 이 즈음에 아내의 생일을 기념할 겸 남쪽으로 바람을 쐬러 갔을 때에 영광 불갑산을 붉게 물들인 꽃무릇을 보고 왔었습니다. 교회 앞마당에 홀로 피운 꽃무릇이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무척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무릎을 굽혀 한참을 바라보다 일어섰습니다.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해야만 하는 것도 슬픈 일인데, 열매조차 없습니다. 꽃무릇은 뿌리줄기로 번식합니다. 꽃무릇이 대부분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뿌리로 번식하는 대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애잔한 사연과 슬픈 이름을 가진 꽃무릇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이처럼 군락을 이루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나만 있을 때는 슬프게, 때로는 무섭게도 보이지만 군락을 이루고 있을 때는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흔듭니다. 그래서 ‘함께’라는 말이 아름다운 가 봅니다. 

 

“그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형제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사는 모습!”(시 133:1, 표준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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