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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아픈 것은 건강하다는 뜻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피타고라스의 제자 중 한 사람이 헌신 깁는 것을 업으로 하는 신기료 장수에게서 신발 한 켤레를 샀습니다. 신발값은 다음에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약속한 날이 되자 그는 돈을 가지고 신기료 장수에게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신기료 장수는 죽어 있었습니다. 그는 신발을 공짜로 갖게 되었다며 속으로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양심의 가책으로 매일 고통을 받아야 했습니다. 결국 그는 돈을 들고 다른 사람이 주인이 된 그 제화점에 찾아가 말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그가 죽었지만, 내게는 살아 있습니다.”

 

미국 인디언들은 양심을 ‘삼각형’으로 생각했습니다. 만일 누군가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나쁜 행동을 하면 삼각형의 모서리 뾰족한 부분이 닿아서 아픔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다보면 삼각형의 모서리가 달아 뭉그러져서, 또는 양심에 굳은살에 생겨 아픔을 크게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양심이 무디어졌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좋지 못한 행동을 했을 때에 느끼는 아픔의 크기만큼 양심도 건강하다는 의미입니다.

 

얼마 전에 동기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운전이 서툰 딸이 운전연습을 하다가 사고를 냈습니다. 꽤 많이 파손되었습니다. 수리비 견적이 360만원이나 나왔습니다. 사고 처리 시에 목사님은 보험사에 딸과 함께 동승했던 사모님이 사고를 낸 것으로 신고했습니다.

 

자동차 보험을 부부특약으로만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목사님은 그날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에 성도들 앞에서 설교를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너무나 괴로워서...

 

동기 목사님은 나와 함께 파손된 자동차를 맡긴 공업사에 갔습니다.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그냥 현금 결재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목사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공업사 사장님은 왜 현금으로 결재를 하느냐며 계속해서 만류했습니다.

 

견적이 70만원이 넘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동기 목사님은 사정을 말씀드렸습니다. “사실은 내가 목사인데, 양심 때문에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장님도 더 이상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나는 아마도 비그리스도인 듯 한 공업사 사장님 앞에서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목사님의 친구여서 참 행복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살지 못했기에 약간의 부끄러움도 느꼈습니다.

 

공업사에서 돌아오는 길에 목사님은 그제야 활짝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제야 가슴이 시원하네”

 

“믿음과 착한 양심을 가지라 어떤 이들은 이 양심을 버렸고 그 믿음에 관하여는 파선하였느니라”(딤전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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