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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짜장면집에서 상상한 맛집 교회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지난 주일에는 예배 후 성도들과 함께 대전 근교에 있는 짜장면집에 갔었습니다. 단풍구경을 하고 싶다는 어느 성도님의 소원도 들어줄 겸 찾아간 식당입니다.  

 

그런데 내가 중국집이 아닌 짜장면집이라고 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집에는 짬뽕도 없고 탕수육도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팔보채나 유산슬, 양장피도 없습니다. 중식당 메뉴 중 오직 짜장면만 파는 집입니다.

 

출입구에는 “짬뽕은 없어요”라는 문구가 간판대신 크게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집 사장님은 뭐가 그리 당당한지 이 식당을 ‘가든’이라고 말합니다.

 

주차장 왼쪽에 있는 대형벽면에는 “가든이라고 뻔한 음식만 팔까요?”라는 글귀가 쓰여 있습니다. ‘짜장면이 맛이 있으면 얼마나 맛이 있기에 저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맛이 사뭇 기대가 되기도 했지만 대기 순서가 69번이어서 무려 1시간 30분이나 기다려야 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우리 순서가 되어 출입문으로 향했습니다. 자동출입문에 쓰여 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문만 통과하시면 손님집입니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주문한 짜장면이 나오고,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입에 넣는 순간 깨닫게 되었습니다. 왜 이곳 농촌마을까지 그 많은 사람들이 짜장면을 먹으러 찾아오는지를. 함께 짜장면을 먹던 성도들 모두가 이 집 짜장면을 칭찬했습니다.

 

70대 중반이신 원로 장로님은 “내 평생 먹어본 짜장면 중에 제일 맛있는 짜장면”이라고까지 말씀하셨습니다. 오랜 대기시간으로 배고픈 탓도 있었겠지만 과연 맛있는 짜장면이었습니다. 더구나 짜장면 먹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 직원 덕분에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다보니 맛집을 소개하는 것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짜장면집, 아니 가든이 그만큼 내게 좋은 인상을 남긴 듯합니다. 짜장면의 맛도 맛이지만 손님을 응대하는 사장님이나 직원들의 친절, 그리고 이곳저곳에 새겨놓은 당당함이 묻어있는 글귀들은 많은 이들에게 또 오고 싶게 하는 맛집임에 틀림없습니다. 

 

더 웃기는 것은 짜장면집에서 교회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설교’가 아닌 기대되는 만큼이나 맛있는 말씀을 내놓는 교회, 처음 온 손님(?)을 예수님처럼 섬기는 교회, 목사뿐 아니라 모든 성도들의  친절한 응대에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교회,

 

그 말씀 맛과 교회의 따스한 분위기에 감동되어 또 다시 오고 싶어지는 교회. 그리하여 ‘맛집 교회’로 소문난 교회. 그저 상상뿐이었지만 짜장면을 먹는 내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맛집 교회가 상상 속에만 있지는 않겠지요?

 

짜장면을 먹고 나오는 데, 특이하게 식당 중앙에 있는 계산대 앞에 쓰여 있는 글귀가 또 한 번 나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가끔 오셔야 맛있어요.” 짜장면을 먹으러 그곳 농촌마을까지 매일 찾아갈 사람도 없겠지만, 그 문구 속에 숨겨있는 사장님의 당당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통은 “또 오세요”라고 쓰여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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