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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커피 단상(斷想)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이석주 장로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목사님, 뭐하고 계세요? 시간 되시면 거기로 오세요.” 여기서 ‘거기’는 교회 근처 카페를 말합니다. 이곳은 우리교회에서 가까울 뿐만 아니라 주일 공동식사 후 교인들과 종종 가는 카페입니다.

 

그러니 그냥 “커피 마시러 거기로 오세요”하면 굳이 카페의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교인들은 자연스럽게 그 카페로 모입니다. 마침 볶은 커피원두가 떨어져 커피를 마시지 못하고 있던 터였는데 장로님의 전화가 무척 반가웠습니다.

 

커피광이자 여행가였던 스튜어트 리 앨런(Stewart Lee Allen)은 그의 책 <커피 견문록(원제: The Devil's Cup>에서 에덴동산의 선악과가 커피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합니다. 신학대학 시절 조직신학 수업에서 금지된 선악과를 먹음으로서 비로소 진정한 인간이 되었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비록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기는 했지만 자유의지를 사용하여 선악과를 따 먹음으로서 스스로를 각성하게 되었고 이에 ‘인간답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일까요? <커피는 원래 쓰다>에서 박우현 씨는 “태초에 커피가 있었다”면서 자신을 ‘호모 커피엔스(Homo Coffeens)’로 자처합니다. 

 

기독교에서 커피는 한 때 음용이 금지된 ‘악마의 음료’였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클레멘스 8세 교황은 “이렇게 맛있는 음료가 사탄의 것일 리 없다”며 커피에 세례를 주고 금지를 해제해 주었습니다. 이에 우리 기독교인들도 마음껏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은 카페인이 거의 없는 디카페인 커피(De caffeinated Coffee)를 마시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커피에 다양한 재료들을 섞은 음료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는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좋아합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팥소 없는 찐빵 같고, 이것저것 섞은 커피는 칵테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뜨거운 커피라야 커피 본연의 향과 쓴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떻게 마시든 각자의 취향에 따라 마시면 그만입니다. 나 또한 내 취향에 따라 그렇게 마시는 것뿐입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합니다. 예수가 빠진 복음은 복음이 아니듯, 이것저것 섞인 복음은 가짜이듯, 어느 것도 빼지 않고 어느 것도 섞지 않은 뜨겁고 진하고 순수한 커피가 그저 좋습니다. 나만의 커피 영성이랄까요.

 

주문대 앞에 선 나에게 사장님이 묻습니다. 


“아메리카노지요?” 
“예, 투샷(two shot)으로요” 


오늘같이 추운 겨울날엔 역시 뜨거운 커피가 최고입니다. 그리고 곁에 좋은 사람들이 함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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