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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가슴 뛰는 일을 하는 사람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며칠 전에 <알쓸인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했습니다. 두 명의 MC와 네 명의 전문가 패널의 대화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입니다. 네 명의 패널 중에 법의학자(부검의) 이호 교수가 있습니다.

 

이호 교수를 통해서 법의학자가 되는 과정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호 교수가 자신을 법의학의 ‘청년’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법의학이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법의학의 길을 걸으면서 외롭다거나 후회한 적은 없었습니까?”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법의학의 청년’이라고 생각해요. 어디서 법의학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아직도 심장이 뛰어요. 가슴이 설레요.”

 

법의학의 길이 비록 힘들고 대접받지 못하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그 일은 그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기에 여전히 자신은 ‘청년’이라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명상가 다릴 앙카의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목사 안수를 받고 몇 년 되지 않은 해였던 것 같습니다. 그 책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먼저 당신이 할 일은 이것이다. 자신에게 물어 보는 것이다. 무엇을 하면 나는 가슴이 뛰는가 무엇을 하면 나는 가장 행복한가 그 일을 당신은 찾아내야만 한다. 그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생의 당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신이 당신에게 주는 메시지는 가슴 뛰는 일을 통해서 온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을 가슴 뛰게 하는 일을 하라 그때 우주는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당시 나는 목사 안수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서 이 글을 읽으며 목회가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사명으로 받아들였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목회가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어느 새 늙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어느 가수는 늙어가는 것을 ‘익어가는 것’이라고 멋지게 노래했습니다만, ‘익다’에 ‘익을 숙(熟)’이라는 한자가 합해지면 ‘익숙하다’라는 말이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 목회가 익숙해져 가는 것은 늙어가는 것입니다.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는 소명(召命)을 “가슴 뛰는 부르심”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소명에 아직도 가슴 뛰는 사람은 여전히 ‘청년’인 것이지요. 반대로 자신의 소명이 익숙해지고, 더 이상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늙은이’인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성경통독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동안에도 성경을 읽기는 했지만, 소명의식의 재충전을 위해서 새로운 각오로 말입니다. 혹여 내게도 예레미야처럼 “불붙는 마음”(렘 20:9)을 주셔서 다시 ‘뛰는 가슴’을 가진 청년으로 회춘시켜 주실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이사야처럼 기도해 봅니다.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사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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