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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대전주님의교회

 

전국연합뉴스 박기성 기자 | 지난 주일(11월 7일)은 입동(立冬)이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몇몇 교인들과 함께 인근 대학 교정 내에 있는 커피숍에 들렀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헤어지려는 데 건물 옆에 있는 철쭉나무에 핀 철쭉꽃이 보였습니다.

 

4~5월에나 볼 수 있는 철쭉꽃이 겨울의 첫 날에 피어 있는 것입니다. 너무나 신기하여 장로님께 “철 모르는 철쭉이네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장로님으로부터 돌아온 말이 재미있었습니다. “철 모르니 철쭉이지요.”

 

그 날 저녁부터 날씨가 흐려지더니 삼일 내내 차가운 바람과 함께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습니다. 철 모르는 철쭉꽃이 비바람에 괜찮은지 걱정도 되고 궁금해졌습니다.

 

무슨 오지랖인지 참지 못하고 우산을 집어 들고 결국 집을 나서 녀석이 있는 곳으로 가 보았습니다. 다행히 꽃은 무사했습니다. 얼마나 견뎌낼지 모르겠으나 이왕 핀 꽃이니 오래도록 버텨주기를 바라며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일찍이 전도서의 설교자는 모든 것에는 ‘때(time)’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날 때와  죽을 때, 심을 때와 심은 것을 뽑을 때, 울 때와 웃을 때, 사랑할 때와 미워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습니다. 

 

내게는 오래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사이에 못 다한 작은 한이 하나 있습니다. 목욕탕에서 아버지의 등을 밀어 드리지 못한 것입니다. 예전 우리 고향은 버스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 동네였기에 목욕탕이라고는 구경도 못했었습니다.

 

당연히 아버지와 목욕탕에 가 본 적도 없습니다. 훗날 도시 생활을 하게 된 나는 대중 목욕탕에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父子)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나도 언젠가는 아버지의 등을 밀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목욕탕에 함께 가자는 그 말이 왜 그리 나오지 않았는지. 그렇게 마음뿐인 바람을 뒤로 하고 아버지는 2003년 12월 성탄절 이른 아침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셨습니다. 아버지가 늘 내 곁에 계시는 것이 아니며, 무엇이든 ‘때’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10여 년 전에 <나는 가수다>라는 인기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가수 인순이 씨가 <아버지>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그녀는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혼혈로 태어났습니다.

 

미군이었던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에 미국으로 떠나버렸고 그렇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이 땅에서 살아온 세월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에겐 ‘아버지’라는 말 자체가 상처였습니다.

 

하지만 미움의 대상이었던 아버지는 또한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사랑했던 대상이기도 했었던 모양입니다. 인순이는 <아버지>라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이 말을 먼저 꺼냈습니다. 


“부디 사랑한다는 말을 과거형으로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그녀의 노래는 “긴 시간이 지나도 말하지 못했었던,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로 끝을 맺었습니다. 이제는 “사랑합니다”라고 현재형으로는 할 수 없기에 “사랑했었다”라는 과거형으로 끝을 맺은 것입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습니다. 그 ‘때’를 놓치면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지금’이 중요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에 다 때가 있나니”(전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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