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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대전주님의 교회 담임목사

 

전국연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며칠 전, 자주 방문하는 아동센터에서의 일입니다. 그 아동센터는 모 교회의 부설 기관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남자 아이가 생활복지사로 일하시는 사모님께로 와서 “저, 머리가 쪼개질 듯 아파요!”라고 말했습니다.

 

사모님은 아이의 이마를 만져 보시고는 손을 얹어 아이를 위해 기도해 주셨습니다. 기도가 끝나자마자 아이는 사모님께 물었습니다.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당황하실 만도 한데, 사모님은 아이에게 친절하게 대답해 주셨습니다. 
“어, 네가 아프지 않도록 치유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어!”

 

그러자 아이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머리가 하나도 안 아파요. 신기해요!”

 

쪼개질 듯 아프다던 머리가 거짓말처럼 아프지 않게 되었다고 말하는 아이의 대답도 재미있었지만,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 주시는 사모님의 행동에 대하여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라고 물은 아이의 천진난만함에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가 집으로 돌아간 후, 사모님은 아이의 부모님 중 한 분과 전화통화를 하셨습니다. 전화 통화였기에 정확히 부모님 중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아이의 아버지인 듯 생각됩니다. 사모님은 아이의 아버지에게 아이의 상태가 어떠한지를 물으셨습니다. 다행히 괜찮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아프다던 아이에게 손을 얹어 기도해 주시고, 당황스런 질문에도 친절히 대답해 주시며, 후에 아이의 상태까지도 살피시는 사모님의 모습이 인상 깊게 느껴졌습니다. 그 모든 것이 사랑으로부터 나온 것임을 알기에 더욱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느 칼럼니스트는 사랑을 ‘짓’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짓’이란 몸이나 몸의 일부를 놀려 움직이는 행동이나 행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따라서 사랑도 마음속에만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나 행위로 나타내져야 합니다.

 

사모님이 아이의 아픈 머리 위에 손을 얹어 기도한 것도 그 칼럼니스트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사랑의 ‘짓’입니다.

 

그러니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라는 아이의 질문에 굳이 대답해 준다면 “그것은 사랑의 짓이란다.”가 될 것입니다. 

 

성도들이나 지인들로부터 종종 중보기도의 요청을 받곤 합니다. 때로는 간절히 기도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대충 기도해 줄 때도 있었습니다. 사랑 없는 기도였습니다.

 

모세는 금 송아지 사건으로 큰 죄를 지은 이스라엘을 구원해 주시고 대신에 자신의 이름을 생명책에서 지워 달라(출 32:32)며 목숨을 건 기도를 했습니다. 예레미야는 우상숭배로 하나님의 진노 앞에 서게 된 동족을 위해 주야로 울며 기도했습니다(렘 9:1). 그들의 기도는 사랑의 짓이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두 손을 모읍니다. 그리고 조용히 읊조립니다.
“주여, 내게도 사랑의 짓이 회복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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