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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태 기고문] 작별하지 않는다.

장종태 대전서구청장, 대전시장 출마

 

전국연합뉴스 이승주 기자 ㅣ장종태 서구청장이 퇴임 이틀을 앞두고 기고문을 썻다. 지난 8년간 대전 서구의 수장으로서 민선6기와 7기를 마감하는 구정보고회를 마치고 서구청을 떠나는 마음을 전했다.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은 올해 6월 치뤄질 대전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오는 15일 퇴임식을 갖는다. 그의 지난 8년간 몸담아온 구청장직 퇴임 소회를 들어보자. 

 

세월 탓일까. 공연한 일로 콧잔등이 짠해질 때가 많다. 얼마 전에는 여러 사람 앞에서 눈물바람까지 했다. 덕분에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지청구도 들어야 했다. 부끄럽다. 지난 6일 비대면 구정보고회를 가졌다. 구민들께 민선7기 4년째의 업무 추진상황을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서구청장으로는 마지막 공식 행사였다. "지난해 고생 많으셨다"고 인사말을 시작하는데 나도 모르게 목이 메었다. 화면으로 만나는데도 접속한 분들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의 손길이 전해졌다. 고맙고 죄송했다.

 

오는 15일 서구청장직을 내려놓고 서구청을 떠난다. 2014년 7월 민선 6기 서구청장 취임 선서를 했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8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공무원 합격통지서를 받고 1976년 3월 선화3동사무소에서 처음 공직 생활을 시작했던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무려 46년의 세월이 흘렀다. 42년 공직생활 대부분을 서구에서 지냈으니 인생을 바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구청장직을 내려놓은 것보다 서구청을 떠난다는 사실이 더욱 가슴에 사무친다. 그저 고맙고 죄송할 뿐이다.

 

민선 6기 서구청장에 취임하며 약속했다. 구청을 떠나는 그 날, 주민을 잘 섬기고 일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겠다고. 2018년 7월 민선 7기 서구청장으로 취임할 때도 약속했다. 앞으로의 4년도 초심을 잃지 않고 올곧은 마음으로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겠다고. 약속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따끔한 충고와 따뜻한 응원을 아끼지 않은 모든 분들이 고맙다. 아직 지켜야 할 약속이 많은데 이렇게 떠나 죄송스럽다. 그래도 돌아보면 행복한 시간이었다.

 

어릴 적, 나는 가난했다. 새벽부터 신문을 배달했고 밤에는 대전역 인근에서 껌이나 엿을 팔았다. 조금 더 커서도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공부를 해야 했다. 현실은 각박하고 미래는 어두웠다. 이런 삶을 견디고 희망을 품게 해준 분들이 있다. 그분들은 돈 많고 힘센 사람들이 아니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은 욕설을 내뱉는 손님을 설득해 내 손에 들려 있던 껌이나 엿을 대신 팔아주곤 했다. 어느 추운 겨울 대흥동의 한 신부님은 신문을 돌리는 나에게 10원 짜리 종이돈을 주셨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그분들이 베풀어준 작은 정성과 연대의 힘이었다. 그 정성과 마음에 보답하는 길은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없애고, 소외된 이웃을 살피는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사람 중심도시, 함께 행복한 서구’라는 슬로건이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것이 그분들이 보여준 연대와 공생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디에 있든 절망에서 희망을 찾게 해 준 소중한 가치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고민의 시간은 길고 깊었지만, 고민의 내용과 방향은 단순했다. 갚아야 할 빚은 없는가, 지키지 못한 약속은 없는가. 돌아보니 갚아야 할 빚이 아직 남았다. 지켜야 할 약속도 많다. 무엇보다 내가 지역민에게 베푼 것보다 지역민으로부터 받은 게 더 많더라.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다짐한 이유다. 오늘의 작별 인사는 빚을 갚고 약속을 지키겠다는 또 다른 다짐이다. 함께 했던 기억만큼 함께 나눌 희망이 남았다면 작별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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