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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그런 어른, 그런 리더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전국연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내가 TV를 시청하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뉴스입니다. 아침기도를 마친 후에 방으로 돌아오면 거의 반사적으로 내 손에는 TV 리모콘이 쥐어져 있습니다. 뉴스를 시청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뉴스를 들으면 머리가 아픕니다. 스트레스 지수도 상승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내 두통과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은 대통령 후보자들과 그들 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행태입니다. 선거일을 두 달 남짓 남기고부터는 그들의 상호비방이 더 수위가 높아지고 강해진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만 있고, ‘무엇(what)’과 ‘어떻게(how)’는 보이지 않습니다. 답답함과 부끄러움은 오롯이 국민의 몫입니다. 

 

예로부터 한 공동체의 리더나 리더 그룹을 ‘원로’라고 불렀습니다. 원로란 ‘어른’을 뜻합니다. 나이가 많아서 어른이 아니라, 구성원들을 행복한 길로 잘 인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졌기 때문에 어른입니다.

 

그런 어른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으며, 사람들을 자신의 생각과 이익에 따라 갈라놓지 않습니다. 오히려 설득하고 품어 통합하게 합니다. 마치 예수님이 말씀하신 <탕자의 비유> 속 아버지와 같은 모습입니다.

 

탕자의 비유에는 두 형제와 그들의 아버지가 등장합니다. 우리는 종종 두 형제 중의 하나를 비난하고 정죄하곤 합니다. 하지만 탕자의 비유는 형제를 선과 악으로 갈라놓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기서 선한 이는 오직 아버지뿐입니다.

 

아버지는 두 아들을 모두 사랑합니다. 20세기 최고 영성가 중의 한 사람이었던 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은 이것을 렘브란트의 그림 <탕자의 귀향>을 빌어 설명해 주었습니다. 나우웬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실마리는 손에 있습니다. 두 손은 정말 판이합니다. 아들의 어깨에 닿은 아버지의 왼손은 강하고 억세 보입니다. 손가락을 펼쳐 탕자의 어깨와 등을 상당 부분 가리고 있습니다. 마디마디에 적잖이 힘이 들어가 있는 게 눈에 띕니다. ··· 하지만 오른손은 아주 딴판입니다. 부여잡거나 움켜쥐지 않습니다. 세련되고, 부드럽고 대단히 다정합니다. 손가락들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어 우아한 분위기가 납니다. 아들의 어깨에 사뿐히 올려놓았다고 해야 할까요? 어루만지고 토닥이며 위로와 위안을 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건 어머니의 손입니다. ··· 아버지는 그저 ‘대단한 가장’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이면서 동시에 어머니였습니다. 아버지의 손은 부여잡고 어머니의 손은 쓰다듬습니다. 아버지는 부성과 모성을 두루 가진 하나님을 상징합니다.”

 

한 나라의 아버지이자 어른인 대통령도 이와 같아야 합니다. ‘대단한 가장’으로서 자신의 생각이라는 잣대로 선과 악을 구분하여 한 쪽을 적대시하고, 형제(국민)를 갈라놓아서는 안 됩니다.

 

버선발로 달려 나가 돌아오는 둘째를 품에 안아 주시고, 멀찍이 물러서서 이 모습에 불평하는 첫째에게도 자비로운 몸짓으로 기쁨의 ‘한 상’에 초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진짜 어른입니다.      

 

오히려 국민을 짜증나게 하고 국민으로 하여금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탕자의 비유 속에 등장하는 그런 어른이 이 나라의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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