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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쌍란(雙卵)과 미성숙함에 대한 변명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가능한 한 아침에는 계란을 먹습니다. 단백질 보충을 위한 최소한의 애씀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여느 날처럼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내 껍질을 깨고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내용물을 쏟았습니다.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쌍란(雙卵)이었기 때문입니다. 

 

쌍란에 대한 꿈 해몽은 상반됩니다. 긍정적으로 해몽하는 사람은 쌍란에 대한 꿈을 가능성과 잠재능력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부정적으로 해몽하는 사람은 건강이 불안정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병에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쌍란은 꿈이 아닌 현실이고, 이왕이면 기분이 좋은 해석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어쨌든 프라이팬 속에서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익어가는 두 개의 노른자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동기 목사님들 중에 아버지가 양계장을 운영하셨던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쌍란은 주로 어린 닭에게서 나온다고 합니다. 즉 어린 닭이 알을 낳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신체활동이 동조화(同調化)되지 못한 원인으로 쌍란을 낳는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쌍란은 어린 닭의 미성숙함에서 생긴 결과물입니다. 

 

대개 ‘미성숙’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어딘가 모자람이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성숙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미성숙의 또 다른 의미는 ‘자라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가능성과 잠재능력’을 암시한다는 쌍란의 꿈에 대한 긍정적인 해몽과도 상통합니다. 

 

‘미성숙’과 관련된 히브리어로 ‘나아르’가 있습니다. 나아르는 일반적으로 ‘어리다’라는 의미이지만, 그 외에도 ‘(정신적으로) 분별력이 약하다’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다윗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솔로몬은 기브온에서 하나님께 자신을 ‘작은 아이(왕상 3:7)’라고 표현했습니다.

 

여기 ‘작은 아이’에서 ‘아이’가 바로 나아르입니다. 요세푸스의 유대 고대사에 의하면, 이때 솔로몬의 나이가 14살이었다고는 하지만 솔로몬이 자신을 ‘아이’로 표현한 것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많은 백성들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한데, 자신에게는 그런 지혜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솔로몬은 하나님께 분별력을 뜻하는 지혜를 구함으로 성숙해지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어린 닭이 성숙해지면 온전한 알을 낳듯이 말입니다.

 

미성숙과는 별개로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쌍란을 보게 되니 기분이 좋아지는 아침입니다. 쌍란 프라이를 담은 접시를 아내 곁에 살며시 놓아두고, 나는 다시 프라이를 하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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