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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잘 발효된 사람, 잘 익은 사람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창고처럼 사용하는 방이 하나 있습니다. 오랜만에 그 방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한쪽 구석에 하얗게 곰팡이 꽃이 핀 호박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깜짝 놀라 넘어질 뻔 했습니다.

 

지난 추수감사절에 장식을 했던 늙은 호박 중에 일부는 교인들과 함께 죽을 쑤어 먹고 남은 것을 이곳에 두었는데 그것이 부패한 것입니다. 썩은 호박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밑에 받쳐 두었던 신문째 들어 화단에 묻었습니다. 

 

발효와 부패는 한끗 차이입니다. 둘 다 유기물에 대한 미생물의 분해작용을 일컫습니다. 하지만 발효된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먹을 수 있게 하고, 부패된 것은 먹을 수 없게 만듭니다. 발효된 것은 사람을 이롭게 하고, 부패된 것은 해롭게 합니다. 그래서 발효된 것을 “잘 익었다”라고 말하고, 부패된 것을 “썩었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고인이 된 이어령 교수는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을 발효와 결부시켜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는 포도주가 되는 것을 “포도 껍질에 붙어 있는 효모균에 의해 불필요한 균들이 퇴치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니까 포도주는 악이 전부 퇴치된, 순수한 효모에 의해서 깨끗해진 술인 것이지요. 그래서 바울은 병약했던 디모데에게 포도주를 사용하라고 권면한 모양입니다(딤전 5:23).

 

어쨌든 이어령 교수는 이러한 발효과정처럼 “우리 영혼 속에 있는 혼탁한 마귀의 생각인 미생물들을 하나님의 힘으로 모두 퇴치하여 순수한 영만을 남겨주신다”고 말합니다.

 

바로 이것이 ‘맹물로 포도주를 만드는 기적’이라는 것입니다. 그의 설명이 신학적으로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이 마음에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맹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예수님의 기적이 그 때 그곳에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합니다.

 

우리의 마음 항아리에 담겨진 “음란과 부정과 사욕과 악한 정욕과 탐심과 분함과 노여움과 악의와 비방과 부끄러운 말”(골 3:5, 8)이라는 불필요하고 악한 균들이 퇴치되고 대신에 “긍휼과 자비와 겸손과 온유와 오래 참음”(골 3:12)이라는 순결한 포도주로 채워져야 합니다. 소설가 이외수는 그런 사람을 ‘잘 익은 사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잘 발효된 사람, 잘 익은 사람!
그런 사람은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포도주”(시 104:15)같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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