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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감독, 베트남어로 만든 최초의 야구교본 출판

이장형 베트남 야구협회 지원단장에게 전달

 

전국통합뉴스 이승주 기자 | 이만수 감독이 이장형 베트남 야구협회 지원단장과 베트남어로 야구교본을 최초로 만들었다.

 

중학교 시절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 운동신경이 조금 좋았던 나에게 친구와 탁구시합의 패배는 큰 쓰라림으로 다가왔다. 절치부심(切齒腐心). 부모님께 탁구교본을 사 달라고 졸랐다. 도서를 구매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시절 아버지가 사주신 탁구교본은 마치 병법서를 손에 쥔 장수처럼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색한 용어들과 사진들이 난무했던 그 교본이 새로운 스포츠를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베트남 야구 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교본을 집필해야 된다고 생각이 들었던 이유도 아마 그것일 것이다. 이 뜻을 한국에 계신 이만수 감독님께 전했고, 무려 10권이 넘는 야구교본과 규정집을 손수 골라서 보내주셨다. 

 

홈런(Home-run), 안타(Hit), 병살(Double Play), 희생플라이(Sacrifice fly) 등 야구에 미쳐 살았던 나에게 이러한 야구용어는 마치 일상 대화에 사용하는 단어처럼 편하게 느껴졌다. 야구교본을 쓰기 시작하면서 처음 어려움에 봉착했다.

 

베트남어 야구교본에 모든 야구 용어를 영어로 사용할 것인지, 한국처럼 한자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베트남어에 한국과 같이 한자를 병행하여 새로운 야구용어를 만들어야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면, 안타는 영어로 Hit며 한자로는 安打(편안할 편, 칠 타)이다. 베트남어로 an toàn(안전) + tát(치다)로 사용하면 같은 의미 전달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야구용어는 무수히 많다. 처음 욕심을 내고 이 모든 야구용어를 베트남어로도 만들어보려고 했던 무모함으로 인해 오히려 답답한 시간만 흘러가게 되었다. 

 

한글로 쓴 야구교본 초고를 완성되고, 몇 명의 번역가를 만났다. 물론 야구를 잘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 야구교본을 번역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지금 생각하면 참 아찔하다. 수없이 뜻을 물어오는 번역가의 전화를 피할 때도 있었다.

 

아마 조금 과장하면 교정작업만 수백 번이다. 최종적으로 야구를 잘 알고 차기 베트남 야구 국가대표팀 주장이 될 찌엔(Chien)이 베트남 야구협회(VBSF) 임원으로서 이 힘든 작업을 묵묵히 수행해주었다.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또한 한국과 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야구가 베트남 야구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기를 희망하며, 야구교본 제작을 후원해준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베트남 야구교본을 만들면서 기존의 야구교본과 차별화를 두고 싶었던 것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한국의 옛 야구교본이 어색했던 이유가 일본식 용어를 번역해서 사용했던 것과 모델들이 한국사람이 아닌 일본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교본을 읽을 베트남 사람들이 어색함을 느끼지 않도록 베트남 야구 선수를 사진 모델로 활용하여 쵤영한 것이다.

 

두 번째는 교본이 가지는 딱딱함보다는 베트남 사람들이 쉽게 야구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재미있는 야구 이야기’를 교본 중간중간에 넣어 야구에 대한 친근함을 높였다. 또 꼭 교본에 넣고 싶었던 한국야구의 역사와 2008 베이징 올림픽 우승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고작 책 한 권으로 베트남 야구가 눈에 띄게 발전할 수는 없다.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야구는 이제 스포츠 차원의 범주를 넘어 하나의 사회문화로 자리 잡았다.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문화를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물리 · 환경적 요인, 풍토적 요인, 의지적 요인 등 베트남 야구발전을 위해 극복해야 되고 시급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나는 이 교본이 그 첫걸음에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원한다. 물론 이 졸작을 통해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야구를 즐기고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임을 잘 알고 있다. 

 

“시작이 반이고,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이다.”


시작이 되었으니 반은 채워졌고 남은 반을 채우기 위한 여정이 베트남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천리 길에 다달았을 때 거기에 무엇이 존재할지 모르는 힘든 여정이지만 야구가 가진 매력을 느끼고 야구장에서 금성홍기를 흔드는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그 길 끝에 있기를 그려본다. 

 

이장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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